한때 취리히는 내게 가장 가까운 유럽 도시였고, 취리히 오페라하우스는 내게 가장 친숙한 오페라하우스였다. 오페라에 굶주려 사막 같은 서울을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밤이면 나는 다음날 취리히로 가기로 결심한다. 이튿날 스케줄을 모두 취소하고 아침 일찍 대충 짐을 꾸려 취리히행 비행기를 타는 것이다. 오해는 말기 바란다. 늘 그렇게 취리히로 가는 것은 아니니까. 하지만 언제라도 갈 수 있다는 믿음 때문에, 항상 하루란 거리 안에서 취리히 오페라가 있다는 안도감으로 나는 오늘까지 서울을 살아올 수 있었던 것 같다.

정신과 전문의로 병원을 운영했으며, 한양대 의대와 한림대 의대 외래교수를 지냈다. 의업을 하며 동시에 여러 신문 · 잡지에 음악과 공연 · 오페라에 관한 비평과 해설을 게재했는가 하면, 클래식 음악 감상실 뮤지크 바움을 설립했고, 오페라 동호회 광장 클럽을 비롯해 마리아 칼라스 소사이어티 · 라 돌체 비타 · 클럽 카루소 등 여러 고전음악 동호회를 창설했다. 2003년에는 서울 강남에 클래식 음반 전문 매장 풍월당을 설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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