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한다는 말은 들으면 들을수록 환상 같은 즐거움에 빠지나 아편 같은 중독성이 있다. 생명이 있는 모든 것들, 동물, 식물, 미물까지도 각기 형태는 다르겠으나 사랑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음을 본다. 그 중에서도 인간의 사랑은 진심이 배제되지 않는, 충동적이고 동물적인 행위가 아니어야 한다. 태어나면서부터 우리는 사랑의 대상과 함께 살고 있다. 젖을 먹을 때는 엄마를 사랑하고 십대에는 과자를 사랑한다. 그러나 사춘기에 들어서면 그 대상은 선생님이 되기도 하고 대중적인 스타나 문학 작품 속의 주인공이 연인이 되기도 한다. 삼십대가 되면 사랑의 쾌락을 느끼며 쾌락을 사랑한다고 한다. 가슴에 저마다 애틋한 사랑을 간직하고 살아갈 때 그 눈빛은 맑게 빛나고 가슴은 따뜻하다. 그러나 사랑에는 갖고 싶다는 덫이 있음을 보아야 한다. 그 대상이 물건이라면 쉽게 해결할 수 있으나 그렇지 않은 사람일 경우 돈으로도 치루지 못하는 아린 댓가를 지불하게 된다. 그 만큼 사랑은 순수한 감정의 작용으로 일어나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소중한 사랑이 쉽지도 흔하지도 않은 것은 우리의 삶 속에 혼신으로 사랑할 수 있는 대상을 찾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시류에 종이배처럼 떠밀려 오는, 함몰되기 쉽고 변질되기 쉬운 사랑의 홍수 속에서 표류하며 사랑에 멀미를 할 때가 많다. 정신적인, 영원의 추구를 잃어버린 말초적인 사랑이 우리의 신경을 마비시킨 것은 아닐까. 사십대의 사랑을 세인들은 부도덕한 눈으로만 본다. 마치 쾌락이란 안개 속에서 가정의 울타리를 훼손하고 도덕적인 수위를 지키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보면서. 일벌처럼 울 사이도 없이 야심적으로 일하는 사십대야말로 가장 포근하게 안주하고 마주 볼 수 있는, 통화를 하지 않아도 찾아 갈 수 있는 그런 고향같이 따뜻한 사랑의 대상이 필요하지 않을까. 야심을 키우기 위한 한낱 물위의 부표라 해도 진심이 외면되지 않은 것이라면 얼마나 아름다운 사랑인가.- 「사랑 멀미」 중에서김경실의 수필은 시적인 수필이다. 그의 수필은 시와 지성이 담긴 시적인 수필이다. 탐미적 수사학에서 찾는 아름다운 언어를 깨끗하게 다듬고 있다. 그의 수필 속에서 인간의 참사랑을 느낀다.

한국수필로 등단하였으며, 한국문인협회, 국제펜클럽한국본부, 한국여성문학회, 한국가톨릭문학회, 한국수필가협회 회원이다. 한국수필문학상을 수상하였으며 주요 저서로는「사랑멀미」「물맑골의 나부」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