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보기>'어디 한 번 시도해 봐?'나는 언제부터인가 집요하게 밀려오는 살인 콤플렉스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것은 아마도 죽어 주었으면 하고 바라는 사람이 있는 탓인지도 몰랐으나 너무나도 손쉬운 살인 방책을 찾은 탓인지도 몰랐다. 교수대에 서는 일이 만에 하나 있을래야 있을 수 없는 그런 살인 방책 말이다. 아무리 완벽한 계획에도 틈이 있기 마련이어서 그래서 법정에 서는 일이, 아니 교수대에 서는 일이 간혹 있다. 그러니 한치의 빈틈도 있을래야 있을 수 없는 계획을 세워야 하는 것이다.내 직업이 명색이 추리작가인지라, 평생을 자나 깨나 오직 우리들의 영원한 테마라고 할 완전범죄를 구상하며 살아온 처지여서 나에게는 인간을 저 세상으로 보낼 몇 가지 감쪽 같은 방법이 있었던 것이다. 내 스스로가 무릎을 칠 만한……. 그래도 누구나 알아주는 추리문단의 4번 타자가 아니던가.우리나라 추리작가협회가 주는 추리문학 대상을 비롯해서 별의별 상을 거머쥔 처지이기도 하다.그렇다고 해서 내가 생각해낸 방법이 세상이 깜짝 놀랄 만한 기상천외한 방법은 아니다. 극히 단순한 방법인데, 다만 확실한 결과를 보장받을 수 있다는 것뿐이다. 추리소설을 쓰려는 것도 아닌데, 그렇게 해서 무대에라도 올리려는 건 더더욱 아닌데, 굳이 화려하게 펼쳐 보일 필요가 뭐 있겠는가. 막상 가장 단순한 것일수록 가장 기이하게 보인다는 말도 있지만 말이다.'좋았어!'나는 마침내 나의 살인 방책을 실천에 옮기기로 했다. 단순하나 교묘한 살인 방책을……. 손쉬우나 완벽한 살인 트릭을…….그런데 모처럼 생각해낸 교묘하고도 완벽한 살인 트릭을 책으로 펴낼 수 없는 것이, 그것도 영원히 그렇게 할 수 없는 아쉬움은 컸다. 그리고 나의 독자들로부터 박수갈채를 받을 수 없는 아쉬움도 컸다. 나의 라이벌들의 코를 납작하게 할 모처럼의 기회도 잃는 것이다. 그러나 작품 속에서 다루는 즐거움보다 한 번 실제 상황에 적용해서 실험하는 기쁨과 설레임도 클 것이다.'그래, 한 번 시도해 보자구!'나는 언제부터인가 죽어주었으면 하고 간절히 소원하는 사람이 있었다.반 다인이 말했던가? 사람은 적어도 20인 정도의 인간에 대해 죽일 만한 동기를 지니고 있다고 말이다. 그리고 그만한 동기로 100건 중 99건까지의 살인을 실천한다고 말이다.인류의 역사가, 특히 구미 사회에서는 1페니로 취하고 2페니로 만취하는 진의 역사이며, 진에 힘입은 살인의 역사라고 했는데, 죄를 범하려는 성향은 인류에게 보편적인 현상이라고 했다. 그러니 낸들 그 대열에서 벗어날 리가 있겠는가. 아니, 그 대열에서 낙오되어서야 되겠는가.이

* 함남 풍산 출생
* 75년 단편추리소설 <죽음의 멜로디>발표
* 88년 제4회 한국추리문학대상 수상
* 한국추리작가협회 부회장, 국제펜클럽 회원
* <배신의 계절>, <금지된 밀월>, <야간 항로>
* <위험한 외출>(이상 장편추리소설)
* <아름다운 용의자>, <블랙 레이디>
(이상 단편추리소설)외 작품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