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보기><1. 공포의 그림자>수원에서 철물점을 하는 유지환에게 어느 날 전화가 걸려왔다.'거기 수원이죠?''녜.''유지환씨 댁이죠?''내가 유지환이오.''나 박양수야. 그간 잘 있었나?''뭐, 박양수?''그래, 박양수야. 원주에서 전화 거는 거야.'박양수가 원주에 살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음성이 사뭇 다르다. 한동안 격조하긴 했으나 음성을 잊을 정도는 아니다.'음성이 다른데…….'유지환은 고갤 갸웃거렸다.'감기가 걸려서 그래.''감기라구? 아주 딴 사람 같애.''감기가 오래 돼 목이 쉬었다구.''아, 그런가. 감기가 오래 가면 안 되지. 그래, 별일은 없었나?''약간 있어.''무슨 일야?''전화로 할 얘기는 아니구…….''말해 봐, 무슨 일인데?''자네는 내 소식을 전혀 모르는군.''자네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겼나?''생겼지.''말해 봐. 무슨 일야?''이리로 좀 오게.''원주로 오라는 건가?''자네도 내 꼴이 될 거야.''그게 무슨 소린가?''차차 알게 될 걸세.''뭐야?'큰 소리로 다구치자, 상대는 아무 말 없이 전화를 끊었다. 유지환은 어리둥절하였다.음성이 다른 건 감기 탓이라니 그렇다 치고, 얘기 내용이 너무 이상했다.통 아귀가 안 맞는 소리만 지껄이다가 툭 끊고 말았다.이상함을 느낀 유지환은 잊고 있던 친구네 전화번호를 수첩에서 뒤져 원주로 전화를 걸었다.'원주 박양수씨 댁이죠?''녜.''여긴 수원예요. 유지환입니다.''아이고, 유선생님!''박형 좀 대주세요.''네? 여지껏 소식을 못 들으셨군요?''무슨 소식인데요?''저희 바깥 양반은 지난달에 돌아가셨잖습니까!''에?!'유지환은 굳어 버렸다. 잠시 후 다시 물었다.'그,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전화 받으시는 분이 박양수씨 부인이 틀림없죠?''녜, 틀림없습니다.''이게 어찌된 일이죠? 방금 전 박형의 전활 제가 받았는데…….''무슨 말씀인지 모르겠군요. 누구의 전화를 받으셨기에…….'결국 친구의 사망을 확인한 유지환은 깊은 고뇌에 빠졌다. 수십년 사귀어 온 친구의 사망 소식도 놀랍거니와 방금 전의 괴전화는 또 무엇인가? 박양수라고 자칭한 자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