惡의 마성만이살아 숨쉬는 절해고도 황간도.살아서는 결코 나갈 수 없는 그 수용소군도에 싹튼 음모!스릴과 서스펜스, 안개의 흐름같은 문장과 차가운 하아드 보일드의 추리적 묘미와 함께 어우러진 문학성의 함축미! <맛보기>닭이 운다.동쪽에서 한 번, 서쪽에서 한 번, 그리고 방향을 알 수 없는 그 어떤 곳에서 울었다.목이 말랐다. 머리맡을 뒤적여 찾아낸 술병을 들이켜도 가셔지지 않는 갈증, 술이 술을 깨워 새벽의 여명을 맞이하게 했다.청량리 그리고 588.서울땅 그 아수라의 한 모퉁이에 몸을 의지하고, 안개와 함께 헤쳐왔던 지난 몇 년을 뒤로 한 채 어디론가 떠나려는 순간은 서러웠다.가시버시 황녀.기둥과 가시의 관계로 지난 두 해를 고운 정이 도탑고 미운 정이 서러운 여자. 이제 그 2년간의 헝클어졌던 인연의 끈을 풀면 또 어느 기둥을 맺고 무진 아수라를 헤쳐갈 그녀의 곤한 잠을 남겨 놓고 자리에서 일어섰다.안개는 새벽 청량리를 삼킨다.동해발 첫차를 맞이하는 창녀들의 절박함은 아랑곳하지 않고 안개는 승객들과 그녀들과 역사까지도 진한 습기로 뒤덮어 버렸다.'장항행 표를 주세요.'새벽 시간에 얼굴이 마주친 매표원은 작은 미소로 아는 체했다. 간혹 얼굴을 마주하고 껌을 맞씹었던 기억과 588번지 그녀를 사이에 둔 그 기하학적 인연(?)을 생각하는 매표원은 싱거운 웃음과 함께 표 한 장을 내밀었다.장항.한 장의 군용 버스표마냥 앙증맞은 티켓은 그 절반 허리춤에 YH자욱이 선명한 채 숭객들의 발걸음을 떠밀었다.'아저씨, 잠깐 놀다 가요. 어머. 오빠 아니세요.'역사 내 출입구 근방까지 진을 치고 있던 안면이 있는 창녀 하나가 수다를 떨었다. 그녀의 접근과 배웅(?)은 출발의 기적을 서럽게 뱉어내는 기차의 경적과 절묘한 하모니를 이루었다.안개는 차창을 빈틈없이 감싸 한 치 앞을 구별할 수 없도록 했지만 그 속을 뚫고 저만큼 외등 빛이 뿌연하게 감지되었다.'제기랄! 더럽게 많이 끼었군.'좌석의 어느쯤에서 들려온 승객의 게걸스런 언어 한 토막과 함께 지난 두 해 동안의 청량리도 황녀도 안녕인 것이었다.기차는 춥게도 떠났다.그 육중한 몸체를 매서운 안개와 겨울 추위에 맡긴 채 차 안의 차가운 공기를 덥히는 히터의 진동수가 점점 거칠어지는 만큼 황녀의 잠도 깊어 가겠지. 마득렬은 머리를 등받이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