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소개 / 이 기 호1960년 충남청양출생1986년 스포츠 서울 신춘문예에 [통신살인]으로 등단주요작품: [달빛 그림자], [살인 커넥션], [상록의 강],[시간의 함정], [안개꽃 그림자], [삶의 언저리는 어디인고], (이상 단편)외 [춤추는 사제] 및 각종 르포 <맛보기> 올 겨울 들어 가장 추운 날씨였다. 목포에 70년 만에 강추위가 찾아왔다고 저녁 뉴스 시간에 보도될 정도였다. 그러니까 오늘은 구정 명절이 지난 지 1주일. 겨울의 막바지에 갑작스럽게 다가오니 추위로 인해 온통 모든 것이 다시금 얼어붙어 버렸다. '빌어먹을, 더러운 날씨군!' 마득렬은 소나타를 조심스럽게 운전하며 좌우를 살펴보았다. 어둠이 깔린 낯선 소읍에서 제대로 된 여관을 찾기는 그리 쉽지 않았다. 먹는 것은 가리지 않아도 잠은 제대로 된 곳에서 자라고 했다는 말을 어디선가 들었던 것 같은 마득렬은 호텔급 숙박업소를 찾아 보았으나 얼른 눈에 띄지 않았다. '흠, 저 곳이면…….' 그때 빙막이 형성된 도로를 조심스럽게 운전하는 마득렬의 눈에 성화장이란 3층짜리 여관이 보였고 그 곳은 네온사인이 휘황찬란한 것으로 보아 제법 깨끗할 것 같았다. 마득렬은 차를 여관 앞 공터에 세워 놓고 안으로 뛰다시피 들어갔다. 함박눈이 앞을 분간할 수 없을 만큼 쏟아졌기 때문이다. '어서 오세요!' 마득렬이 어깨와 머리 위에 쌓인 눈을 털며 여관문을 들어서자 종업원인 듯한 뚱뚱한 여자가 반갑게 맞이했다. 그녀의 손에는 씹다만 오징어 다리가 들려 있었다. '방 있소?' '……!' 여자는 마득렬의 말을 못 알아 들었는지 그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기만 하였다. '방 있소? 아니, 이 아주메, 귀가 먹었나?' 마득렬은 끼고 있던 가죽장갑을 벗어 가지고 벽을 몇 번 쳤다. '아, 있고말고요. 깨끗한 침대방이 있습니다.' 여자는 그제서야 정신을 차렸는지 마득렬 앞에 실내화를 꺼내놓았다. 그녀의 손이 가늘게 떨렸다. '몇 호실이오?' '301호실이 방도 넓고 깨끗합니다. 우리 여관에서 제일 좋은 방이지요.' '갑시다. 구두는 여기 놔도 되지요?' '그, 그럼요.' 마득렬은 계단을 쿵쿵거리며 3층으로 올라갔다. 그 뒤로 뚱뚱한 여자가 물주전자와 컵 그리고 타올을 두 장 챙겨들고 따라 올라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