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소개 / 이경재>서울대 치과대학 졸업, 공군 출신.유엔군 총사령부 전속작가KBS, 한국일보 신춘문예 당선(57년, 58년)방송작품: [검은 꽃잎이 질 때] [섬마을 선생님] [손오공] [형사 수첩] [난중일기]외 다수저서: [불사조의 비밀] [불사조의 모험]<맛보기>활주로에는 어둠이 안개와 함께 피어 오르고 있었다. 해가 지면서 대지 표면의 기온이 뚝 떨어진 탓이었다. KAL 국내선 ○○편은 어둠의 장막이 내리기 시작한 활주로에 안개를 몰고오듯 미끄러져 내렸다. 기종은 A3OO. 탑승객 3백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하늘의 관광 버스라고도 불리는 호화 여객기이다.윤 나미는 혼자서 타고 있었다. 제주에서 돌아오는 신혼 부부들로 거의 만석읕 이루고 있는 여객기 안에 유독 혼자서 타고 있는 윤 나미는, 그렇지 않아도 늘씬한 키에 조금은 차갑게 보일 만큼 지적인 미모의 이 젊은 여성은 다른 승객들의 시선을 끌었다. 나미는 창가에 앉아 있었는뎨, 세 자리 건너 같은 줄에 40대 후반으로 보이는 중년 남자가 힐끔힐끔 나미의 옆모습을 쳐다보곤 했다.여객기의 문이 열렸다. 도착 시간이 조금만 늦었어도 김포공항은 안개 때문에 활주로가 페쇄될 뻔했다고 공항 직원이 중얼거리는 것을 들으며, 여객기에서 내린 윤 나미는 국내선 도착구로 들어섰다.윤 나미는 수하물 회전대 앞에서, 맡겼던 여행 가방이 컨베어 벨트 위를 돌아서 나오는 것을 기다리며 로미 쪽을 기웃거렸다. 마중 나온 사람들 가운데 나미가 찾는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나미의 가방의 체크 번호는 236번이었다. 나미는 가방을 찾아들고 서둘러 도착 로비 쪽으로 나갔다. 아무리 찾아보아도 아버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윤 나미는 여성 종합지 ≪여성 세계≫의 민완 여기자였다.여성 세계 편집부에서는 매월 5일까지 한 달치의 원고를 공무국으로 넘기고 나면 다음 호의 기획과 취재에 편집부 전원이 매달려야 했다.나미는 편집 회의에서 결혼 시즌을 앞두고 신혼 부부들로 붐비는 제주도의 이모저모를 가이드 삼아 담아 보자는 안을 내놓았다. 안은 채택됐고 편집장은 나미에게 직접 현지를 취재해 오라고 했다.모두가 쌍쌍으로 밀월을 즐기는 관광지에서 혼자 외토리로 카메라를 들고 취재 여행을 한다는 것은 쑥스러운 일이었다.하지만 나미는 자신이 제안한 기획이라 마다 않고 1주일 전인 11월 14일 제주도로 떠났다. 그리고 1주일만인 11월 20일에 돌아온 것이다.<

* 1928년 서울출생
* 서울대학교 치과대학 졸업
* 방송작가, 소설가.
* 한국추리작가협회 고문.
* <검은 꽃잎이 질 때>
* <비정의 사나이>
* <추적>(이상 장편추리소설)
* <공포미스테리 초특급>
* <세계걸작추리 12선&ONE>
* <에도가와란보상 수상작가 걸작선>
* <신인간의 증명>
* <끝없는 추적>(이상 번역추리소설)외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