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보기>“전자렌지를 파신다고 하셨죠?”나는 버스정류장에 세워져 있는 공중전화부스 안에 있었다. 부스 안은 밖의 온도보다 10도는 더 높은 것 같았다. 관자놀이에서 굵은 땀방울 하나가 주욱 흘러내렸다. 땀이 지나간 자리 위로 개미가 기어가는 듯 가려움이 느껴졌다.나는 손에 들고 있던 ‘팔고사고’로 얼굴을 문질렀다. 얼굴도 긁고 땀도 닦기 위해서였다.“팔고사고를 보셨군요.”그녀의 목소리는 포르노처럼 자극적이었다. 아니 그렇다고 생각했다. 구겨져 있는 성기가 꿈틀대며 일어서기 시작했다.“벌써 팔렸나요?”“아뇨.”“산 지 3개월 되었고, 10만 원에 파는 거 맞죠?”나는 실물 경제지를 들어 밑줄 쳐놓은 부분을 확인했다.“네, 거의 새 거나 다름없어요.”그녀는 건수를 올리려는 포주처럼 간사하게 말했다. 갑자기 역겨움이 밀려들었다. “지금 볼 수 있을까요? 내일은 월요일이라….”“오늘 사신다는 말인가요?”“네. 맘에 들면 말입니다.”“좋아요. 이곳의 위치는….”나의 몸은 말라리아 환자처럼 떨리기 시작했다. 손에 땀이 나서 수화기를 놓칠 뻔했다. 잠시 후에 있을지도 모를 카니발 때문에 긴장했던 것이다.그녀는 나를 유혹하는 게 분명했다. 더러운 창녀 같으니라구.“알겠습니다. 그러니까 그리 가려면….”나는 문득 유리창에 비친 여자의 모습을 발견했다. 그녀는 부스 앞에서 내가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통화를 채 1분도 하지 않았는데 벌써 시계와 나를 번갈아 보며 신경전을 벌였다. 나는 문을 박차고 나가 그녀의 얼굴에 강력한 스트레이트 펀치를 먹일까 하다가 참았다.“알았습니다. 지금 바로 가겠습니다.”나는 수화기를 내려놓고 매매 정보지로 자연스럽게 바지 앞섶을 가리고는 부스를 나왔다. 흥분한 내 몸의 일부를 그녀에게 보이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성기는 전혀 흥분해 있지 않았다. 잠시나마 그녀를 의식했던 것이 신경을 분산시켰던 것이 분명했다. 그녀는 내가 나오자마자 부리나케 부스 안으로 들어갔다. 분노가 치밀었다. 나의 조그마한 의식을 방해한 그녀가 죽이고 싶도록 미워졌다.그러나 어쩔 수 없었다. 그녀에게 어떤 식으로든 위해를 가하는 것은 자칫 자멸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나는 이 전화부스 안의 여자를 잊기로 했다. 중요한 일을 앞두고 있는 마당에 미련은 무의미했다.나는 마른 기침을 두어 번 했다. 좀 전에 목소리를 지나치게 깔았기 때문에 목 안이 컬컬했던 것이다.나는 야구모자를 벗어 머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