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차애 추리소설 [밀회]를 소개합니다.맛보기민숙은 평범한 여자였다. 그러나 그녀 자신은 자신이 특별한 운명을 타고났다고 믿었다. 그래서 그녀는 모두가 부러워할 만한 부유한 삶을 항상 꿈꾸었고, 자신의 미모로 이러한 꿈은 꼭 실현 가능할 것이라고 믿어왔다. 가진 것 없이 미모뿐인 여자들의 신분 상승은 오직 결혼을 통해서만이 가능하다는 것을 민숙은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그것은 우리나라의 콩쥐 이야기와 서양의 신데렐라 동화를 떠올리지 않더라도 요즘 젊은 여성들 사이에 읽혀지는 로맨스 소설의 내용만으로도 쉽게 알 수 있다. 부자와의 결혼은 모든 여성들의 꿈이나 그것을 이룰 수 있는 정도의 미모는 누구나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민숙은 성형 미인들을 경멸했다. 신이 선택하지 않은 자신의 운명을 개척해 보고자 안간힘을 쓰는 인간의 추악함의 일면이라고 생각했다.민숙에게는 자신이 있었다. [귀여운 여인]이라는 영화에서 백만장자의 마음을 사로잡은 창녀의 이야기를 봤을 때, 그녀의 자신감은 더욱 커졌었다. 그리고 고급 룸살롱의 유혹을 뿌리치고 지루한 타이피스트로서의 삶을 지켜온 자신을 대견스럽게 느꼈다.한국 남자들은 매우 보수적이며 능력 있는 남자일수록 그 성향이 강하다는 것을 민숙은 몇 번의 경험으로 잘 알고 있었다. 민숙으로선 타이피스트란 직업이 그녀가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착실한 직업이었고, 그 일을 하며 괜찮은 남자와의 연애도 몇 번 경험할 수 있었다.하지만 현실은 영화처럼 되지 않았다. 그들의 입에서 '결혼'이란 단어를 듣기는 너무나 어려웠고, 항상 상처받는 쪽은 민숙이었다. 이제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남자들의 관심조차 민숙에게서 멀어지자 그녀는 점점 초조해졌다. 10년 동안 참고 일해 온 희망 없는 타이피스트란 자신의 직업이 갑자기 견딜 수 없이 싫어졌다.그러나 무엇보다 견딜 수 없었던 것은 회사 사람들의 태도였다. 나이가 먹을수록 경륜에 대한 존경은커녕, 오히려 민숙을 허황되게 콧대만 높은 노처녀로 치부하며 식후 후식 거리로 화제에 올리는 그들에게 민숙은 강한 분노를 느꼈다.내년이면 그녀의 나이 30세. 회사에서 묵계된 타이피스트로서의 정년이었다. 딴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권고 사직을 당할 것이다. 죄지은 사람처럼 고개를 숙이며 떠나가던 선배들의 뒷모습이 떠올랐다. 그들을 바라보며, 자신은 절대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을 것이라 자신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씁쓸했다. 그리고 강한 반항심이 생겨났다. 결코 그들에게 그런 쾌감을 맛보여 주지 않으리라. 민숙은 결심했다. 그리고 결심을 곧 실행에 옮겼다김차애 추리소설밀 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