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보기>원자력 학자인 홍근기(洪根基) 박사가 P시 근처에 있는 바닷가의 소나무 가지에 목매달은 사체로 발견되었다. 그 소나무는 약 사람 키의 갑절로 자라 우거진 소나무숲의 한 그루였다. 그 수풀은 방풍림(防風林)으로 이뤄진 곳이었다.아직 이른 봄인데도 그 수풀은 늦봄만큼이나 따스하고 아늑했다.그리고 소나무잎이 한결 푸르러 보였다.사체의 맨 처음 발견자는 아침 일찍이 그 숲 옆길을 조깅하던 젊은 청년이었다. 그는 너무 뚱뚱해진 몸의 살을 빼려고 매일 아침 일찍이 집에서 1킬로미터 거리에 있는 이 숲까지 왔다가 되돌아갔다. 그러니까 아침에 2킬로미터 뛰는 셈이었다.그런데 아침에 조깅하느라고 딸을 흘려 살을 빼는 건 좋지만, 운동한 다음에는 식욕이 왕성해져 아침밥을 평소보다 많이 먹게 되어 결국 도로아미타불이 되는 셈이었다. 그래서 살빼기 작전으로의 조깅을 집어치울까 말까 하고 망설이며 이 소나무숲에까지 이르렀을 때, 가지에 축 늘어진 사체를 발견한 것이다.그는 반환점에서 집으로 되돌아가지 않고 곧장 P시까지 뛰어가 경찰서에 신고했다.우람스런 몸집의 금인동(琴仁東) 형사주임은 민형사와 길형사를 거느리고 사건 현장에 이르렀다. 가죽 점퍼 차림이었다.사건 현장은 그대로 보존되어 있었다. 사체는 짙은 회색의 양복을 입고 있었다. 자주색 줄무늬의 넥타이도 단정히 매고 있었다. 다만 구두에는 이곳의 흙이 아닌 황토 비슷한 흙이 묻어 있었다.목을 맨 끝은 약간 굵은 노끈이었다. 사체의 목에는 목매어 생긴 자국인 액흔(縊痕) 이외엔 아무 자국도 없었다. 목 뿐만 아니라 온 몸에 다친 데라곤 없었다. 이를테면 외상(外傷)이 눈에 띄지 않았다는 말이 된다. 그것도 그럴 것이, 그의 죽음은 자살이었다. 그가 목을 맨 가지의 곁가지에 유서 쪽지가 꽂혀 있었다. 그 유서에는 다음과 같이 지극히 간단하게 적혀 있었다.나는 핵에 대한 내 소신이 꺾여 실의에 빠진 나머지 스스로 목숨을 끊을 수밖에 없다. 1995년 2월 X일 홍근기아침 일찍 침대에서 단잠을 깨고 전화 연락을 받은 홍박사의 부인 오여사가 허둥지둥 달려온 것은 그날 오후였다. 홍박사의 호주머니에 들어 있던 명함에 의해 자택의 전화번호를 알아내어 금주임이 걸었던 것이다.그녀는 화급한 판이라 화장할 겨를도 없었는지 꺼칠한 얼굴에다 머리는 흐트러진 채였다. 다만 초콜렛빛의 투피스를 깍듯이 입고 있었다.그녀에 의해 틀림없는 홍박사의 사체인 것이 확인되었다. 또한 유서의 필적도 홍박사의 필적이 틀림없음이 확인되었다. 그리고 홍박사의 옷차림도 3일 전 집을 나갔을

충남 논산 출생. 펜클럽 이사 및 감사, 문인협회 이사 및 분과회장, 시나리오작가협회 운영위원 및 총무 등을 거쳐 현재 신문예협회ㆍ자유문인협회 자문위원, 추리작가협회, 학교극ㆍ청소년극연구회 고문, 현대극작가협회ㆍ중국고전문학 동호문인회 회장, 논픽션작가회 대표, 문학운동지 《탐미문학》 발행인ㆍ주간. 1957년 제1회 중앙국립극장 장막극 공모에 ＜딸들의 연인＞으로 등단.
1958년 《민족문화》 지에 소설 ＜환(幻)＞을 발표. 그 이후로 희곡ㆍ소설 등을 집필 발표.
희곡집으로는 《미풍》 《하유상 단막극선》 《하유상 장막극선》 《불교 희곡선》 《성극(聖劇) 모음》 《세계명작장편소설각색극본선》(상ㆍ하)《꽃을 이니셜로 한 희곡 모음》 《윤회》 《방송극선 행운》 등.
소설집으로는 《꽃그네》 《어느 철학 교수의 실종》 《유마경》 《실종의 저쪽 어둠》 《30분의 미스터리》 등. 장편소설로는 《어떻게 사랑이》 《젊은 고뇌》 《격랑》 《검은 사형》 《연인별곡》 《용비어천가》 등.
서사시집으로는 《젊은 고기잡이의 노래》 《거사(居士)와 아씨》 등.
수상으로는 백상예술대상, 문교부문예상, 신문예문학본상, 통일문학본상, 불교문학대상, 한국문학상, 한글문학본상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