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보기><1>서울 강남의 변두리인 속칭 대나무골에선 때 아닌 괴이한 '도깨비집 사건'이 한창 벌어지고 있었다.그곳에서도 제일 크고 제일 오래 된 한옥인 김부자집에 밤만 되면 매일같이 주먹만한 돌이 날아왔다. 시간도 일정하지 않고 돌이 날아오는 방향도 밤마다 변화무쌍하기 때문에 범인을 잡을 도리가 없었다. 경찰이 수사에 나서면 좀 뜸했다가, 경찰이 수사를 중단하면 또 날아왔다.전전긍긍하던 김부자네 가족은 자위책으로 서로 교대해서 뜬눈으로 감시하며 밤을 새웠다. 그래도 여전히 돌이 날아오고 범인은 잡히지 않았다.창문의 창살이 부러지고, 장독대의 항아리가 깨지고, 자꾸만 피해가 늘어갔다. 나중에는 친척의 청년 가운데서도 우람스런 사람을 둘이나 집지기로 임시 고용했다.그러나 돌은 여전했다. 끝내 그 두 집지기도 면목 없다고 사퇴해 버렸다. 실상은 면목 없다기보다도 살며시 무서움증이 생긴 것이었다. '도깨비집'이라고 수군거리는 동네 사람들의 말이 그럴싸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하기야 김부자집은 도깨비집이란 말이 어울리게끔 돼 먹었다. 그 집 근처에는 집장사들이 날림 공사로 허름하게 지어서 팔아치운 집들이 즐비하게 있었다. 그 속에서 고색창연한 김부자집은 낮에도 어둠침침해 비라도 내리는 날이면 찬바람이 돌아 으시시하고 음산했다.기와 버섯이 성성하고 거무튀튀한 옛날 기와는 시멘트로 만든 붉고 얄팍한 기와들 틈바구니에서 한결 투박하게 보이고 황량했다.김부자의 할아버지 때에 도깨비와 잘 사귀어서 부자가 됐는데도 김부자의 대에 와선 도깨비와 사귀지 못해 도깨비가 심술을 부리는 것이라고 조상까지 애꿎게 들먹거려지며 이런 소문 저런 소문들이 그럴싸하제 퍼졌다.김부자는 결국 집을 팔려고 내놓았으나 살 사람이 나서지 않았다. 아주 헐값으로 내놓으면 팔릴지 모르지만 그러기엔 김부자는 너무나 노랭이였고, 또한 할아버지 때부터 살아온 그 집에 애착심이 있었다.<2>'아빠, 아주 싸게 내놔 보세요. 만약 이 이 집을 싸게 사려고 획책하는자의 짓이라면 그 정체의 윤곽을 드러낼지도 모르잖아요?'외동딸 은주의 제의였다.그녀는 현재 재학중인 모 일류대학의 여학생회장을 지내고 있는 만큼매우 이지적이고 똑똑했다. 뛰어난 미모는 아니었지만 열 사람 가운데서 눈에 뛸 정도의 얼굴이었다. 눈꼬리가 위로 치켜오른 것이 약간 매서운 인상을 주었다. 입이 크고 입술이 두툼했다. 현대적인 냄새를 풍기는 여성이었다. 그러니 은주는 그 외모와는 달리 퍽이나 고전적인 여

충남 논산 출생. 펜클럽 이사 및 감사, 문인협회 이사 및 분과회장, 시나리오작가협회 운영위원 및 총무 등을 거쳐 현재 신문예협회ㆍ자유문인협회 자문위원, 추리작가협회, 학교극ㆍ청소년극연구회 고문, 현대극작가협회ㆍ중국고전문학 동호문인회 회장, 논픽션작가회 대표, 문학운동지 《탐미문학》 발행인ㆍ주간. 1957년 제1회 중앙국립극장 장막극 공모에 ＜딸들의 연인＞으로 등단.
1958년 《민족문화》 지에 소설 ＜환(幻)＞을 발표. 그 이후로 희곡ㆍ소설 등을 집필 발표.
희곡집으로는 《미풍》 《하유상 단막극선》 《하유상 장막극선》 《불교 희곡선》 《성극(聖劇) 모음》 《세계명작장편소설각색극본선》(상ㆍ하)《꽃을 이니셜로 한 희곡 모음》 《윤회》 《방송극선 행운》 등.
소설집으로는 《꽃그네》 《어느 철학 교수의 실종》 《유마경》 《실종의 저쪽 어둠》 《30분의 미스터리》 등. 장편소설로는 《어떻게 사랑이》 《젊은 고뇌》 《격랑》 《검은 사형》 《연인별곡》 《용비어천가》 등.
서사시집으로는 《젊은 고기잡이의 노래》 《거사(居士)와 아씨》 등.
수상으로는 백상예술대상, 문교부문예상, 신문예문학본상, 통일문학본상, 불교문학대상, 한국문학상, 한글문학본상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