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보기><머리말>이 이야기는 6.25 사변이 일어 나기 전전해에 내가 몸소 체험한 사실담인데, 그해 봄에 나는 모 외국 광업회사의 탐광기사로 해외 어느 곳을 여행중이었다.어느 곳이라고 할 것이 아니라 실은 모국 모처라고 명백히 해놓아야내 속도 시원하고 또 지명을 밝혀야만 이야기는 조리가 맞아들어가는것인데, 지금 내 형편으론 그렇게 할 수가 없다. 좀 델리키트한 점이있어서다.만약 지명을 제대로 댔다가는 당장 문제가 생길 것이다. 지명이 밝혀진 그 나라 또는 그 고장에서 항의가 나올 게 뻔한데, 나는 이에 대한 답변이 난처하다. 이 점 독자는 이야길 듣고 나면 동감일 줄믿는다. 또 한 가지, 지명을 밝히지 않는 이유는 순전히 내 자신의 심리 조건 때문이다. 나는 아직 모국 모처의 소재를 비밀의 베일로 덮어두고 싶다.그렇다고 그냥 x국 x처라든지 A국 B지방 운운하기는 좀 어색하고또 이야기의 진행상 거북한 노릇이다. 그래서 나는 편의상 지명을 우리나라 강원도 인제군에 있는 장수산으로 바꿔 보기로 한다.무대를 우리나라로 한 것은 국제적 분규를 회피하고자 함이요, 하필 인제땅으로 지정한 까닭은 그곳이 내 고향이므로 이름 빌리기가 편해서다.그야 애당초 딴 나라에서 있었던 일이라고 말했으니 인제땅이라 하든딴 곳 지명을 빌리든 상관이야 없겠으나, 내가 겪은 사실이 하도 유별나고 기묘하여 엉뚱한 오해가 나올 염려가 없지 않으므로 아예 미리 방패막이를 해두는 바다.장소를 인제군 장수산으로 지정한 데는 또 하나의 이유가 있다. 그것은 장수산 일대의 지질이 바로 모국 모처의 그곳과 아주 흡사하기 때문이다.이 방면에 조예가 있는 사람이면 잘 알고 있듯이 장수산 지방의 지질은 시생대(始生代) 지층(地層)을 본바탕으로 하고 보다 나중에 발생한 화성암층(火成岩層)과 중간중간에 끼인 중생기(中生紀) 수성암층(水成岩層)이 뒤섞여 복잡한 접촉교대광상 (接觸交代鑛床)을 이루고 있다.이 지방에 들어서서 먼 발치로 봐도 어느 산봉우리는 백옥같이 희어 그곳 토질이 규산성 (硅酸性)임을 알리는가 하면, 그너머 봉우리는 검붉은 염기성 (鹽基性) 토양을 나타내고, 근처 평평한 고원은 푸릇푸릇한 휘석암 (揮石岩)으로 되어 있음을 알게 된다.이러한 곳에는 반드시 여러 가지 광물이 매장되어 있어 탐광객들의 주의를 이끈다.내가 본 모국 모처의 지질도 바로 이와 같다. 그래서 나는 핑계삼아 내가 실제로 답사한 그곳을 장수산으로 바꿔 놓고 이야길 진행하는 바니, 독자 여러분은 착각 없길 바란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