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보기><1>화려한 도시의 밤을 내려다보며 혜수는 아직 조금 남아 있는 찻잔의 온기를 더 이상 뺏기지 않으려는 듯이 강하게 커피잔을 감싸쥐었다. 하지만 이미 그녀의 손가락은 뭍에 끌어올려져 죽어가는 물고기처럼 굳어지고, 그 마지막 호흡처럼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목에서 팔닥거리는 경동맥의 움직임이 그녀의 머릿속으로 파도처럼 밀려와 엄청난 소리를 내며 두개골에 부딪혀 스러져 갔고, 귀에서는 윙 소리가 화재경보처럼 끊임없이 울리고 있었다.'추워?'창민의 이 말 한마디가 혜수를 현실로 끌어올렸다.부드러운 가죽 소파에 앉아 약간의 미소로 잔인했던 얼굴의 흔적을 완벽하게 지우면서 춥냐고 묻는 창민을 보며, 혜수는 조금 전 자신이 그의 말을 잘못 이해했을 거라는 희망을 갖기 시작했다.'무슨…… 뜻이었어요, 그 말? 그만…… 만나자뇨?'마치 창민이 한 농담을 농담으로 받는다는 듯이 가볍게 말하려고 애쓰며 혜수는 얼굴에 미소를 만드는 데 혼신의 힘을 기울였다.'말뜻 그대로 헤어지잔 말이야. 다신 만나지 말자고.'창민은 망설임 없이 혜수의 기대를 박살내 버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창민씨…….'돌아보는 창민의 싸늘한 시선에 혜수는 할 말을 잊었다. 혜수는 처음 당한 싸늘함에 당혹했다. 하지만 이렇게 끝낼 수 없다는 생각에 그녀는 창민에게 매달리기 시작했다.'이건 아니에요. 뭔가 잘못된 거예요. 헤어지더라도 이렇게 끝낼 순 없어. 아니, 어떻게 우리가 헤어질 수 있어요?''만남은 헤어짐을 전제로 있는 거야.'혜수의 애절한 목소리를 창민은 한마디 말로 끊어놓았다. 혜수는 눈앞이 아득해졌다. 그녀는 자신이 숨을 쉬고 있지 않다는 걸 깨닫고 깊은 숨을 들이마셨다. 그러자 다시 혜수의 눈앞에 싸늘한 창민의 모습이 떠오르기 시작했다.'하지만 지금은 아니에요. 이렇게 갑자기…….받아들일 수 없어.'혜수는 머릿속이 하얗게 되어 버린 느낌에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그러나 창민은 선고를 내린 판사인양 습관처럼 헤어질 수 없다고 중얼거리는 혜수의 모습을 집어삼킬 듯 응시하고 있을 뿐이었다.'당신과의 첫 만남 이후로 제가 제일 두려워한 것이 당신과 헤어지는 것이었어요. 그런데 이제 그 두려움조차도 행복이었단 생각이 드는군요.그땐 당신의 사랑이 있었으니까요. 당신, 정말 절 사랑했나요? 우리가 함께 한 시간이 진실이었다면, 당신이 이렇게 변할 리 없어요. 당신, 정말 창민씨 맞아요?''그 동안 즐거웠어. 나가는 문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