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조직을 배신한 한국인 암달러상을 제거키 위해 홍콩으로부터 두 명의 직업적 킬러가 한국에 파견된 사건이 있었다. 범행을 마치고 한국을 벗어나기 직전 요행히도 일당 중 하나인 등자견(鄧子堅)은 체포되었지만, 나머지 한 명은 무사히 홍콩으로 돌아가 목하 유유히 백주 대로를 활보하고 있다. 마치 소설에서나 있음직한 사건이 얼마든지 우리 눈 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다.이처럼 현대의 범죄 조직은 국제와, 기동화하고 있다. 서구 범죄 조직이 최첨단의 우수한 과학 무기를 구사한다면, 이들 동남아 범죄 조직원들은 그 구성원 하나하나가 우직한 병기와도 같다. 전신을 용광로로 달군 새빨간 쇳덩어리처럼 무술로 단련한 이들은, 때로는 그 자신이 칼도 되고 방패도 된다.일본계 야꾸자가 가라데나 아이끼도(合氣道) 또는 천신진양류(天神眞楊流), 기도류(起倒流) 따위의 왜식 무술로 무장한 반면, 중국계의 흑방조직원(黑幇組織員)들은 무협 소설에나 나옴직한 그들 특유의 무술(功夫, KUNG FU)로 전신을 달구고 있는 것이다. 실상 중국계의 많은 범죄 조직 배후에는 아직도 이와 같이 수천 년을 이어 내려온 고대 무림의 계보가 실존하고 있다.물론 무술이 폭력 그 자체는 아님에도 이처럼 무술을 범죄에 악용하고 있는 조직이 문제인 것이다. 무술을 정의로운 일에 사용하느냐 않느냐에 따라 협행(俠行)과 도행(盜行), 또는 흑백양도(黑白兩道)로 나눈다. 범죄에 찌들고 타락한 무예인을 녹림비도(綠林匪徒)라고 부른다. 이들은 칼을 손에 쥔 광인일 따름이지 진정한 무예의 달인을 아니다.전설처럼 알려진 중국 고대의 무술 유파, 즉 구대 문파(九大門派)는 전혀 허구가 아니다. 그들은 20세기 콘크리트 문화 속에서도 엄연히 숨쉬고 우리와 공존하고 있다.나는 동남아 여러 곳에서 이들의 잔영과 편린을 훔쳐보았다. 옳건 그르건 이들은 소림의 제자이며 무당의 후예일 뿐 아니라 곤륜의 문도(門徒)이다.소위 구대 문파--소림(少林), 무당(武當), 아미(峨嵋), 곤륜(崑崙), 종남(終南), 청성(靑城), 화산(華山), 공동, 점창(點蒼) 등의 아홉 개 문파 --- 나는 언제건 이들에 관한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발굴하여 세상에 펴낼 생각이다. 21세기를 눈앞에 둔 이 시대에 뜻밖의 현대판 무협소설이라 보아줘도 좋을 것이다.장풍(掌風), 경공(經功), 혈도점혈(穴道點穴) 등은 결코 과장이나 가공의 얘기가 아니었다. 타이뻬이 우창지에(武昌街) 뒷골목에서 격공타혈법(隔空打穴法)을 사용

서울 출생. 소설가. 방송작가
한국추리작가협회 회원. 한국방송작가협회 회원.
제6회 한국추리문학 신인상 수상.
스피디한 전개와 박력 있는 문체로 본격 하드보일드를 구사하는 젊은 추리작가로서 그의 작품 특징은 세계를 무대로 마음껏 그 영역과 상상력을 확대하는 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