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의 날! 전국 각지에서동시다발적으로 발생된의문의 인간증발!━━━━━━━━━━━━━몇 년 전 인도에서 실제로 있었던 사건이다.관광차 인도에 일본인 부부 관광객이 쇼핑을 즐기고 있었다. 한참 물건값을 깍으며 설왕설래하던 중 문득 옆을 보니 부인이 없어졌다. 마치 안주머니에 넣고 있던 지갑을 날치기 당한 듯 눈깜짝할 새 증발해 버리고 만 것이다. 며칠이 지나도 부인은 끝내 돌아오지 않았다. 현지 경찰과 일본 대사관 그리고 언론에서 분주히 수색 작업을 계속했으나 결과는 마찬가지였다.<맛보기>필리핀 마닐라.독립 기념일인 6월 12일을 하루 앞둔 전날 밤 11시.밤인데도 불구하고 견디기 어려울 정도로 후덥지근한 기후를 무릅쓰고 필사적으로 달려오는 발자국 소리가 있었다. 발자국 소리는 거친 숨소리와 더불어 높이 8미터, 연장 4킬로미터에 달하는 인트래무로스(Intramuros) 성벽을 따라 잠시도 쉬지 않고 이어져왔다.「조금만 더가면 돼요. 엄마, 어서오세요.」앞서 가던 그림자가 안타깝게 두발을 멈추며 되돌아 소리쳤다. 그때 구름이 갈라지면서 그 틈새를 통해 환한 달빛이 지상을 향해 흩뿌려져 내려왔다.앞선 그림자의 주인공은 18, 19세 가량의 긴머리 소녀였다.또렷한 용모에 가무잡잡한 피부, 그러나 아무리 뜯어봐도 필리핀 원주민이거나 스페인계 혼혈은 아닌 것같은 느낌이었다.「어서요, 엄마!」소녀는 헐레벌떡 뒤따라 오는 50대 초반의 엄마손을 잡아끌면서 산타루치아 성문 어귀로 접어들었다. 저만치 필리핀에서 가장 오래된 성당인 세인트 어거스틴(St. Augustine) 교회가 내려다 보였다.「난 더이상 한 발짝도 몸을 움직일 수가 없구나. 청하야! 너 혼자만이라도 위험에서 벗어나거라. 이 에미야 이미 늙고 쓸모없는 몸인데 무슨 큰 욕이야 당하겠니?」청하라 불리운 긴머리 소녀는 어머니의 말에 자지러질 듯 질겁을 하면서 두 발을 동동 굴렸다.「모르는 소리 마세요. 그사람들은 필리피노스 마피아라 불리우는 무서운 범죄 조직의 조직원들예요. 일단 죽이겠다고 맘만 먹으면 눈썹 하나 까딱 않고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사시미 뜨듯 난자해 죽여버린대요.」「설마……그들도 인간일텐데……게다가 우린 그럴 정도로 큰 잘못을 저지른게 아니잖니?」그때였다.「역시 늙은이들은 할 수 없군. 만사를 제 편한 대로 생각하는걸 보면…….」돌연 등 뒤쪽에

서울 출생. 소설가. 방송작가
한국추리작가협회 회원. 한국방송작가협회 회원.
제6회 한국추리문학 신인상 수상.
스피디한 전개와 박력 있는 문체로 본격 하드보일드를 구사하는 젊은 추리작가로서 그의 작품 특징은 세계를 무대로 마음껏 그 영역과 상상력을 확대하는 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