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우씨 장편 「절망을 선택한다」 발표 조선일보 96.01.09 22면 (문화) 기획·연재 996자 ◎“남성중심 가부장제가 사회병인” 「남성중심의 가부장제는 남성의 삶까지도 왜곡시킨다． 그런 체제에 순응하는 것은 삶의 매 순간마다 절망 을 선택하는 것일 뿐이다．」 지난 ９４년 문단의 구조적 문제점을 비판한 「적들 의 사회」로 화제가 됐던 소설가 이진우씨（３０）의 신작 장편 「절망을 선택하다」의 전언은 이렇게 요 약된다． 자칫 진부할 수도 있는 이같은 주제에 「 양념」을 넣어 흥미를 더한다． 학계에서는 정설화됐 음에도 일반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역사적 사실을 이야기의 축으로 삼아 논쟁적으로 글을 이끄는 것． 「조선중기까지 남녀는 평등했다． 대개 재산은 남 녀에게 평분됐다． 혼례 뒤 남자가 상당기간 처가살이 를 했다．」（저자는 이를 바탕으로 조선중기까지는 「 모계사회」였다고까지 주장한다） 『우리 사회가 왜 권위적이고 다양성이 미약한가에 대한 고민을 한동안 했습니다． 제 결론은 １７세기 이후 확립된 남성중심의 가부장제 때문이라는 거였습 니다． 우리사회가 남성중심으로 바뀐 것은 그다지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이 책이 남녀문제뿐 아니라 우리 역사와 문화에 대해 되돌아보는 계기를 제공했 으면 합니다．』 「절망을…」의 내용은 이렇다． 조선중기까지 남녀 가 평등했고 남자가 처가살이를 했다는 내용의 소설이 ＴＶ드라마로 제작되면서 유림 등 사회각계에서 반발이 잇따른다． 방송국은 여성작가를 전격교체하고 드라마내 용을 수정하지만 여성작가는 이에 반발， 법적대응을 한다． 법정에서 작가는 부분승소한 뒤， 사춘기 여학생들이 즐겨듣는 심야라디오 프로그램의 진행자로 변신한다． 『주인공이 연서나 읽어대는 프로그램 진행자가 된 것을 통해 여성 문제의 해결이 현실적으로 쉽지 만은 않다는 것을 암

1965년 경남 통영에서 태어나 고려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한 이진우는 1989년 《현대시학》으로 등단한 이래 꾸준한 작품활동을 해오고 있다. 1994년 시집 《슬픈 바퀴벌레 일가》 《내 마음의 오후》를 출간했으며, 장편소설 《오감도》 《적들의 사회》 《인도에 딸을 묻다》 《메멘토모리》 등과, 산문집 《해바라기 피는 마을의 작은 행복》 외 다수의 책을 펴냈다. 현재 거제도 저구마을에서 게스트하우스 썬셋뷰를 운영하고 있으며, 시 전문 사이트 ‘시인학교’(http://www.poetschool.net) 발행인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