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에 나와서도 곧잘 어울리는 우리 중학 동창 가운데 한두삼(韓斗三)이란 싱거운 녀석이 있다. 우리끼리 화투를 치면서 솔, 매화, 국화를 말할 때 일이삼이라고 하지 않고 한두삼이라고 표현해도 그는 웃어주었고, 이름 대신 '어이, 일이삼!' 하고 불러도 '왜 불러!' 하고 웃으며 대답해 주었다. 그런데 사람이 너무 좋으면 푼수로 취급하는 버릇이 언제부터인가 우리들 사회에서는 통용되고 있었다. 우리들은 만나면 어떻게 그를 많이 골려먹을 수 있을까가 과제처럼 되어 있었다. 그를 골려먹어도 그는 바보처럼 다 받아주었다. 뿐만 아니라 그는 자진해서 웃음거리를 제공하고는 했다. 어디서, 마누라 자랑하는 녀석은 반푼이 취급을 받는다는 말을 들었는지 자신이 반푼이가 아니라는 것을 확인시켜 주기 위해서 곧잘 제 아내의 흉을 보고는 했다. '우리 집사람은 말야, 참말로 알아주어야 해!' '어쨌는데?' 지난번 모임에서도 반주를 넣어주자 그는 신바람이 나서 떠들었다. '한번은 모처럼 가기 싫다는 사람을 억지로 몰아세우고 고등학교 동창들의 부부 동반 야유회에 가게 되지 않았겠어?' '그래서?' '내장산 단풍놀이에 가느라고 어렵게 호텔까지 예약해 놓고, 또 밤엔 나이트클럽에 들어가서 흔들어댈 계획으로 잔뜩 가슴이 부풀어, 부랴부랴 겨우 서울역에 도착하여, 시간에 늦지 않게 열차에 오른 것까지는 좋았는데 말야. 떡 좌정을 하고 하니 우리 주위에 있는 객실 손님들이 키들키들 웃는 거야!' '그래서?' '사람이 웃는 것은 자유인데 어찌 웃느냐고 할 수도 없잖아?' '그렇겠지!'- 본문 중에서이 책은 『다로선생』과 『똠방각하』로 친숙한 저자 최기인이 펴낸 e-book 콩트집이다. 최기인의 글에서만 느낄 수 있는 질박하면서도 현대적인 해학을 통해, 삶의 비애와 웃음을 가슴에서 일으키는 그의 콩트들을 만나볼 수 있다.

원광대 국문과 졸업 및 경원대학교 대학원 졸업. 서울신문 신춘문예 희곡부문「낙엽」당선 및 전북일보 신춘문예 소설부문「구걸」당선. 월간 새농민 장편소설「대지의 품」당선. 저서로는 창작집『갈대』(1977)/ 창작집『뿌리 없는 사람들』(1981)/ 장편소설『꿈꾸는 신화』(1984)/ 창작집『처숙』(1985)/ 창작집『기다리는 빛』(1988)/ 장편소설『�c방각하』(1989)/ 연작동화『깃털과 바람』(1989)/ 짧은소설『짝 안 맞는 신발로 여행길 나선 아내』(심지뽑기1990)/ 농촌소설집『무공해인간들』(1991)/ 장편소설『서울�c방』(1991)/ 창작집『까치병』(1998)/ 장편소설『야간여행』(『가락시장의 밤』 상, 하권 1999) 등이 있다. 표제작 외에「저울」,「수술」,「백내장」,「어머니의 지우산」희곡「심판」외 중단편 50여 작품이 있다. 통일문학「까치병」으로 조연현문학상(1998년)을 받았다.

문단 外 경력으로 1961년 12월 농협중앙회에 입사한 이래 부안, 전주, 서울(본부), 군산, 원주, 태백, 인천, 농민신문, 가락시장, 익산 등지에서 현장체험을 하였고 정년 퇴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