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길을 들어서는데 이제 마악 5, 6 세쯤 돼 보이는 아이 두 명이 쓰레기 더미 앞에 쭈그리고 앉아 쫑알거리고 있었다. '야, 쥐가 죽었다. 불쌍하지 응?' '우리 추운데 덮어주자' '뭘로 덮을까?' '있잖아, 이 신문으로 덮어주면 되잖아' 그러고 보니, 부스럭거리면 두 어린이가 버려진 신문을 펴서 무얼 덮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행동을 방해하지 않으려고 먼 발치에서 잠시 머뭇거리며 그 따뜻한 동심을 지켜 보았다. 그 정경이 그렇게 흐뭇할 수가 없었다. 내가 일찍이 내 일, 내 가족일 이외, 흐뭇한 마음을 느껴본 적이 있었던가. 입가에 번지는 미소를 주체하지 못하면서 그러나 나는, 아이들에게 일체 아는 척을 하지 않았다. 그들의 마음 속에 애잔하게 흐르는 고운 감정을 흐트러놓기가 싫어서였다. 이런 측은한 경험이 커서도 분명 좋은 심성으로 작용할 것이기에 간섭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오늘 나는 하루 종일 기분이 좋았다. 그 이유를 나는 안다. 이 우연한 목격이 또한 내게도 두고두고 잊지 못할 추억이 되어 줄 것임을. 세상이 점덤 더 각박해진다고 느낄 때 이 티없는 동심이 더욱 그리워 질 것임을. 이 풍진 세상에서 어디 썩 쉽게 만나 볼 수 있는 관경인가. 사악한 사람들만 발붙이고 살기에 적합한 세상은, 온통 아수라장 그것이다. 도무지 인륜도덕도 없고 상하 질서도 없고 양보도 없다. 이런 요지경 속에서 희한한 일들이 밥먹듯 벌어지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 「童心으로 산다면」 중에서이 책은 작가가 등단 후 써 모은 200여 편의 작품들 중 뽑아 묶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