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나그네길을 여행하는 동안 우리들을 노리고 있는 뜻밖의 사건들을 과연 어떻게 설명해야 좋을까? 어느 작가는 우리들의 평온한 일상사를 뒤흔들어 놓는 이런 일을 '운명의 기습'이라고 표현하는 걸 보았다. 그것은 마치 전선(戰線)에서 숲 속에 숨어 있다가 갑자기 나타나는 적군의 복병(伏兵)처럼 우리들의 운명을 뒤바꾸어 놓는 예기치 않은 사건들을 말한다. 물론 유비무환(有備無患)의 자세로 조심조심 살아가면 될 듯 싶다. 그러나 도대체 속수무책(束手無策)인 경우가 더 많은 걸 어쩌랴. 직장 생활만 해도 그렇다. 무사히 정년퇴직 할 때까지 잘 근무한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얼마나 많은 동료들이 중간에 여러 가지 사유로 직장을 떠나갔는지 모른다. 물론 본인의 잘못으로 직장을 그만 둔 경우는 그래도 괜찮다. 갑작스런 불경기로 회사가 부도 위기에 처한다든가, 경비 절감을 위해 인원을 줄인다든가 회사의 방침에 따를 수도 있으니 말이다. 또는 부하직원의 잘못으로 감독소홀의 책임을 지고 갑자기 물러나야 하는 윗분들의 마음인들 오죽하랴. 다니던 직장을 놓치고 생계가 막연해 초라한 신세로 전락한 동료의 모습이 그냥 남의 일이 아닌 듯 싶다. 실직한 가장은 새삼스레 제 날짜에 꼬박꼬박 받게 되는 쥐꼬리만한 봉급의 위력(威力)이 그래도 적지 않다는 걸 깨닫게 된다. 죽으나 사나 가장이 직장에 충실해서 정년퇴직할 무렵이면 그 가장은 어느 정도 자녀들도 키우고 가르치고 시집, 장가보내고 약간의 노후대책도 세우고…… 뭔가 안정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어쨌든 송충이는 솔잎을 먹고 산다. 한 눈 팔지 말고 욕심내지 말고 직장에 대한 천직의식(天職意識)으로 묵묵히 살아 갈 일인 것 같다. - 본문 중에서작가 김영월의 에세이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