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보기><실과 바늘>이때에 본음(本音)을 관장하는 자가 여덟 사람이었으나 향상(響象)을 수증(修證)하는 자가 있지 않았기 때문에 만물이 잠깐사이에 태어났다가 잠깐 사이에 없어지며 조절이 되지 못하였더라 마고가 네 천인과 네 천녀에게 명하여 겨드랑이를 열어 출산하게 하니 이에 네 천인이 네 천녀와 결혼하여 3남 3녀를 낳았더라. 이가 지상에 처음으로 나타난 인간의 시조였더라. 몇 대를 전하는 사이에 족속이 불어나 3천 사람이나 되었더라 그 한참 뒤에 한배검의 도를 배워 태백산 박달나무 아래에서 득도한 자가 있어 천축국으로 가 중생들에게 설법하였더라. 사람으로 태어나는 확률은 바다 양쪽에서 거북과 통나무를 던져 놓고 그것이 끼일 수 있는 것이고, 사람과 사람이 만날 확률은 하늘에서 실을 내리고 옆에서 바늘을 던져 끼일 수 있는 것이라 했더라 따라서 사람으로 태어남은 존귀한 것이고, 그 인연은 더욱 소중한 것이라고 했더라. 하늘 멀리서 들리는 소리였다. 이충길은 잠에서 깨었지만 아직도 귓가에서 그 말들이 왱왱거렸다. 뜬금없이 왜 그런 꿈을 꿨는지 모를 일이었다. 여기서 천축국으로 간 사람은 석가일 것이 분명했다. 이충길은 잠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오늘은 면접을 하기로 한 날이었다. 바로 전 학교에서였다. 그는 동년배의 젊은 교사들을 이끌고 학교 설립자이면서 교장인 사람과 대판 싸웠다. 교육 정상화 문제를 사이에 놓고 였다 교장은 (학교를 치부의 수단으로 삼아 호화 생활을 하고 있다고) 한 지방신문에그 장한 얼굴과 이름이 난적도 있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교장은 만만한 인물이 아니었다. 그는 젊은 교사들에게 회유와 협박으로 맞섰다. 이충길을 따랐던 교사들은 자신의 입지가 위태로워지자, 하나 둘 슬그머니 빠져 학교측과 한패거리가 되어, 그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결국 이충길 혼자 남게 되었다. 그는 마지막 수단으로 언론사 등 각계 요로에 학교의 제반 문제들을 진정했으며, 그쪽에서는 그 문제를 놓고 한동안 떠들다 잠잠해졌고, 학교는 끝내 그를 명예훼손이라는 죄목을 씌워 밀어냈다. 힘있는 사람들은 역시 힘을 가진 자들의 편이었다. 당연히 모두이충길의 판정패로 끝났다. 그는 이참에 하는 마음으로 대학원에 진학했다. 대학원은 1주일에 한 번만 가면 되었다. 시간이 무지 남아돌았다. 또 가족이 먹고살아야 했다.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흑판 앞에서 백묵을 가는 일밖에 모르는 그는, 할 수 없이 다시 다른 학교를 알아봤다. 하지만 자리를 비워 놓고 그를 기다리는 학교는 없었다. 그런데 다행히 전 학교에서 함께 근무했던 대학 선배가 자신의 친구를 통해, 이충길의 집 근처에 있는 해인 종합고등학교의 선생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