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평>예심을 거쳐 우리에게 전달된 것은 고영(실려가는 것들 외 56편), 김가을(어떤 집 외 96편), 세나끌(방갈 외 66편), 정진하(어머니 일기장에 비친 삶의 풍경도 외 73편), 김준(아틀란스에서 온 가을 외 46편), 김성수(아프리카를 꿈꾸다 외 48편) 씨들의 작품이었다. 모두 시집 한 권의 분량이고 나름대로 적지 않은 시적 수련이 엿보였다. 여느 신인상과는 달리 한 사람의 작품 분량이 한 권의 시집이라 일독을 하는 데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되었다. 그러다 보니 응모자의 시적 특성은 물론 장단점도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었다. 우리는 밀도있는 논의를 여러 차례 거듭한 끝에 김성수 씨를 당선자로 밀기로 했다.정진하, 세나끌 씨의 작품들은 대개 삶의 단면들을 진솔하게 이끌어 가는 힘이 돋보였다. 그러나 설익은 표현들이 가끔 눈에 거슬리기도 했고, 사물의 표면에만 치중하여 내면을 응시하는 자세가 부족하기도 했다. 때로는 표현이 과격하거나 생경함이 드러나고 있는데 이러한 점들을 보완한다면 더욱 탄탄한 시 세계를 열어가리라 생각된다.김준, 고영, 김성수 씨의 작품들은 우열을 가리기가 힘들 정도로 일정 수준을 유지하고 있었다. 굳이 단점을 들자면 고영 씨의 경우 반복법의 잦은 사용과 여과되지 않은 표현이 드문드문 보인다는 점이고, 김준 씨의 경우 시적 긴장과 감동이 부족하였다. 이에 비해 김성수 씨의 작품은 오랜 시 쓰기의 노력이 작품 편편마다 느껴진다. 전반적으로 시적 호흡이 안정적이며 표현들도 무난하다. 진지함은 좋지만 무난함은 위험한 것일 수 있다. 오래된 풍경을 새롭게 보려는 의지를 더욱더 다잡아 간다면 좋은 시인으로 우뚝 설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당선자에겐 축하의 말을 그렇지 못한 분들껜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당선소감>나는 밤길을 걷는 누군가의 등불이 되는, 길 잃은 이에게 이정표가 되는 시 쓰기를 꿈꿔왔다.너무 거창한 목표를 붙들고 아등바등 시의 변죽만 두드렸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며 다시 내 마음속에서 시를 붙들고 장좌불와(長座不臥)라도 해야 되리라 아니다, 그저 두드리고 두드려서 맑은 소리를 내는 꽹과리같은 시라도 제대로 쓴다면 누군가의 흥겨운 어깨춤을 볼 수 있을런지 다시 길 위에서 길을 잃을까 걱정이다.시가 내게 무엇인지 되새김질 할수록 소화되지 못하고 배설된 내 시는 거름이라도 되겠는가 나는 내 시 앞에서 노파심으로 항상 지적하고 삐뚤어나가지 말도록 잔소리만 했을 것이다 내뱉고 나면 후회를 하는 내 가벼운 의식의 토우(土偶)들 어쩌면 시는 나를 이끌고 논밭을 갈며 자꾸만 썩어가려는 내 영혼의 방부제 였을지도 모르겠다 원고지에 파종한 내 시어들이 혹시 웃자랐는지도 걱정이다 아직껏 외나무다리

1960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신진공고 자동차과와 한국철도대, 방송통신대 영문과를 다녔다. 철도대 졸업후 철도청에서 일을 하고 있던 그는 1989년 2월 4일 서울대학병원 영안실에 누워 있는 함석헌의 시신을 본 후 공무원 생활을 마감 지었다. 함석헌에 대한 연구를 하기로 결심한 그는 1990년 영국으로 떠났다. 1990년에서 1994년까지 영국 에섹스대학(University of Essex)역사학과 대학원에서 공부하였으며 1994년부터 1998년까지 쉐필드대학(University of Sheffied)동아시아학과에서 박사 과정을 밟았다. 이 책은 그의 박사학위 논문을 초고로 하고있다. 현재 한국에 살고 있는 그는 퀘이커(The Religous Society of Friend)교도이다. 「함석헌과 한국의 민주주의」,「함석헌의 조장사상과 퀘이커리즘 이해」,「함석헌의 생애와 사상」등의 논문을 썼다.

1. 한천로 4블럭
2. 아프리카를 꿈꾸다
3. 안경
4. 슬픔의 환(幻)
5. 꼬리
6. 어둠속을 걸으며
7. 영등포 역에서
8. 내안은 어둡다
9. 병속의 새
10. 1988 겨울
11. 안개 속으로의 여행
12. 푸른 길잡이 물고기의 사랑
13. 그 붉은 꽃
14. 어시장 등 푸른 물결무늬 고등어를 보며
15. 그 겨울의 삽화
16. 거미, 거미줄에 걸린 사내를 기억하다
17. 나는 인도 여자가 좋다
18. 완두콩을 까며
19. 빈자(貧者)의 병든 몸으로..
20. 나는 유배를 꿈꾼다
21. 자전거에 대한 小考
22. 노을
23. 비오는 선술집에서 가끔은...
24. 벽
25. 몬테 크리스토와 을지로를 걷다
26. 대보둑을 걸으며
27. 소주에 관한 짧은 詩
28. 불면(不眠)의 새벽
29. 내 안에 푸른빛이 있다
30. 배고픈 다리
31. 장독을 닦는 할머니
32. 도둑고양이에 관한 기억
33. 내겐 사리가 없다
34. 자화상(自畵像)
35. 네 안에 무언가 있기는 하는거냐
36. 운천 방죽에 대한 기억
37. 봄 산
38. 막다른 집
39. 유체이탈
40. 어느 평범한 하루에 대한 소묘
41. 어떤 사랑고백
42. 달마도
43. 눈 내리는 날의 사색
44. 살며 미워하고 사랑하며
45. 木版畵속의 겨울
46. 투병 일기
47. 빛은
48. 어릴적 친구들에게
49. 섬강 역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