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회 한국인터넷문학상 당선작 사실 두렵다. 사람들에게 이 소설은 어쩌면 '할 일 없는 사람의 넋두리'쯤으로 보여질지도 모르겠다. 왜냐하면 이 소설에는 책읽기를 끝마친 후에 뒤따라와야 할 진한 감동이나 교훈, 삶의 방향성 제시 같은 값나가는 것은 물론 그 흔한, 아기자기한 사랑 이야기조차 없기 때문이다. 소설의 주인공 '나'는 가벼운 인간이다. 그는 가볍게 여자를 만나고 가볍게 헤어진다. 그 무가치한 일들의 반복이 그의 삶이다. 그는 그러한 자신의 행동이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단지 몸에 맞는 옷처럼 편하고 익숙하기 때문에 되풀이할 뿐이다. 그가 그렇게 된 이면에는 이기적인 어머니와 이기적인 아내가 있다. 5살 연상의 아내로부터 감당하기 힘든 모욕을 당한 그는 이혼 이후 자신의 둘레에 울타리처럼 단단한 공간을 만들어놓고 나오려 하질 않는다. 가장 큰 이유는 사람들과의 갈등이 싫어서, 한 사회의 구성원이 되어 여러 가지 규범으로부터 구속받기 싫어서이다. 그런 그에게 위로가 돼주는 사람들이 '무니'다. '무니'와 '나'는 서로를 도피처 또는 안식처로 이용한다. 그녀들은 아내와는 다르다. 결코 그를 함부로 대하지 않고, 무시하지도 않는다. 그를 억압하지도 않고 다른 무니들을 질투하지도 않는다. 그에게 무엇을 해 달라고, 무엇이 되어 달라고 요구하지도 않는다. 그녀들에게 있어 그는 단지 ‘그’일 뿐이고, 그에게 있어 그녀들은 단지 무니일 뿐이다. 그들은 서로를 잘 알고 있다. 관계의 처음과 끝이 정해져 있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정하고 있는 그들은, 그 범위 안에서 다정한 친구 혹은 애인 역할을 훌륭히 수행해 낸다. 그가 자신만의 공간에 애착을 갖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그의 공간에서는 세상에서의 일반적인 규범, 관계 따위들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무니들이 바라는 것도 그것이다. 인큐베이터 속에 있는 것 같은 편안함. 나는 가볍고 무의미한 한 인간의 일상을 통해 자기 정체성(꿈이라고 표현해도 좋을 것이다)을 잃어버린 채 살아가는 현시대 사람들의 삭막한 삶의 모습을 그려 보이고 싶었다. 물질적, 금전적인 풍요에도 불구하고 마음속 어딘가에 숨어 시도때도없이 튀어나오는 외로움, 허전함, 낯설음, 불안 등을 드러내 보임으로써 역으로 어떻게 살아야 제대로, 올바르고 풍요롭게 살아질 것인가 하는 문제를 생각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주고 싶었다. 형편없는 글에 대한 쑥스러운 변명일까.<심사평>일반소설로 투고된 <나에게는 그녀가 있다>는 인터넷 세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성모럴과 정체성을 다룬 작품이다. 무니로 이름 붙여진 여자들과의 술과 섹스에 함몰되어 있으면서 누

제1장 그녀, 무 니
다른 세상의 바람
너에게 가려면 몇 개의 그리움을 넘어야 한다
실톱과 지그재그
특별한 사람들 사이에는 그들만의 신호가 있다
새로운 즐거움을 찾아서
그녀는, 어디 갔을까

제2장 섬
여행을 떠나야만 하는 이유
지독히 어색한 농담
안면도는 섬이다
무서운 이야기와 우스운 이야기
섬에서의 즐거운 하루
그녀, 다시 나를 찾아오다
주문을 외워. 네 꿈속에 들어갈게
즐거운 거짓말

제3장 손 하
적당히 세련되게 늙어 가는 누이
주당클럽 5인회
생일 축하합니다
동거, 그리고 섹스
그녀가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녀와 내가 닮은 점
이별은 갑작스럽게 온다
우리는 대화와 섹스를 즐길 줄 아는 사람들
나만의 이별법
에필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