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터넷 문학상 가작제2회 한국인터넷 문학상 3차 후보에 오른 작품들을 몇 번씩 정독했다. 일부 몇 편을 제외하면 응모작들의 수준이 일정 수준에서 평준화되어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문학의 기초라고 할 수 있는 문장이나 문체를 형성하지 못하고 있고 인물의 성격에 생동감이 없었다. 그러한 가운데 '예약된 죽음', '제레미킴', '호반의 웃음소리', '증인, 아마존으로 돌아가다', '울게 하소서'가 선자의 시선을 끌었다.'예약된 죽음'은 일종의 해양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일반 작가가 배에 대해서 이 정도의 지식을 갖고 쓸 수 있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될 정도로 배와 바다, 선원들에 대한 지식이 해박하다. 매우 독특한 소재를 선택했는데도 불구하고 인물의 캐릭터를 창조하는데 실패했고 배가 좌초된 이후에 선원들이 겪는 좌절감 등을 절절하게 묘사하지 못해 아쉬움이 남았다. '제레미킴'은 특이하게 그리스 내전이 배경이 되는 소설이다. 상당히 재미있는 소재를 선택하여 감동적으로 그리고 있다. 그러나 그리스 내전을 다루면서 이데올로기의 문제가 치열하지 못하고 제레미킴과 힐라의 사랑 이야기가 현실적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결말 부분의 구성도 산만한 느낌이 들었으나 장편 소설의 미덕인 서사성과 비장미가 있는 소설이다.'호반의 웃음소리'는 깔끔하게 씌어진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문장이나 캐릭터도 잘 살아나고 있다. 중반에 이를 때까지 상당히 긴장하면서 읽을 수 있는 소설이다. 그러나 소설에서 강간이 지나치게 반복되고 결말이 강렬하지 못했다. 후반에 들어 마무리가 미약한 것이 흠이었다.'증인, 아마존으로 돌아가다'는 외국의 소설과 소재가 유사한 부분이 있어서 처음부터 망설이면서 읽은 작품이다. 그럼에도 우리 작가들이 다루지 않던 침팬지의 세계와 인간과 침팬지의 교감을 그렸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으나 침팬지의 세계를 좀 더 치열하게 다루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울게 하소서'는 추리소설로 응모했다. 그러나 이 소설은 추리소설의 얼개를 빌린 본격문학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도입부가 상당히 길어서 아쉬운 점이 있었으나 각각의 인물들이 생동감이 있고 문장에 전혀 군더더기가 없었다. 주제의식도 뚜렷하여 작가가 상당히 오랫동안 글쓰기를 해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대부분의 3차 응모작품들이 문장이나 구성에 많은 아쉬움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문장과 구성에서 다른 응모작들보다 월등했고 기성작가들을 능가하는 필력을 보이고 있다. 작품 전반에 깔려있는 기성사회에 대한 무리 없는 비판도 강점이다. 아울러 이 작품의 가장 큰 미덕은 눈시울이 붉어질 정도의 감동을 획득하고 있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