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6월<순수문학> 소설 신인상을 수상한 천리안 문단작가 조경선 창작집. '적당히 순결해요..' 하는 듯한 머리 긴 여자가 밖을 내다보는 미장원에 병숙을 들이 보내고 나는 그 옆의 목욕탕으로 향했다. 대리석바닥에는 아침에 넣은 신문이 그대로 잠자고 있다가 바시락대는 듯한 목욕탕입구, 인기척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어서 신통찮아하며 고개를 빼고 천천히 안으로 들어가는데......왜 그랬을까? 그때 그 암자를 찾지 못해 왜 그렇게 안달을 했을까. 아버지의 일이 매개가 됐지만 결국에는 어떤 인연이 준비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고 그 후에 생각한 적이 있었다. 그것은 곧 아내였고 운명적인 만남이라고 신기해했었다. 그때 나는 필사적으로 불교 종단을 찾아다니며 ‘필운 암자’를 찾았었기 때문이었다. 그 암자는 부여에 있었다. 부여로 가는 고속버스를 타고 내리면서 아무 연고도 없는 이곳에서 아버지의 고생스러웠을 그 당시를 떠 올려보았다. 덥수룩한 수염과 고달픈 모습, 여기까지 생각하자 눈물이 핑 돌았다. 산길은 숲이 우거져서 터널을 만들고 있었다. 새들이 우짖는 소리가 마치 자신을 반기는 음악소리 같아서 기분 좋은 봄날이었다. 아버지의 생명수였다는 그 여자가 궁금했다. 이곳에서 불목하니를 했다는 김씨라는 사람이 약도까지 그려주면서 자세히 설명해 주었는데 약도대로 찾으니까 정말 길이 나타났다. 버스에서 내리자 길모퉁이에 ‘卍’자 간판이 보였다. 반가웠다. ‘필운 암자’라, 마치 애인을 만난 듯 반가웠다. 아버지의 생명수가 빨리 보고 싶었다. 등 굽은 할머니를 연상시키는 작은 암자, 옴팍 들어간 움집을 겨우 벗은 그런 초라한 집이었다. 산을 오르느라고 가쁜 숨을 몰아쉬며 주인을 찾자 안에서 누가 물었다. - 본문중에서

-1999. 6 <순수문학> 소설 신인상 / 비늘달린 식사
-소설 유란의 방, 멧돼지, 떠내려가는 얼굴, 틈 혹은 혹 외 다수 발표
-2001. 6 <문학21> 시 신인상 / 인사동, 꽃 너는 봄의 욕망이었다
-한국문인협회 / 순수문학회 / 문학21회 회원
-천리안 문단작가
-숲 동인 / 시 마을 / 상아회 회원
-공저 <한줌 잔설도 땅을 적시는데>

떠내려가는 얼굴유란의 방아버지의 구두멧돼지목소리 목소리우롱(愚弄)비늘달린 식사틈 혹은 혹팔자도 복제하나?푸른 뉴욕매혹접도구역작품집출간을 축하하며-유재용조경선 소설 읽기의 즐거움과 괴로움-박기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