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드라마 'KBS 무대'의 작가로 활동중인 저자의 수필집. 인생의 반을 넘기며 살아온 세월들을 차분한 어조로 이야기하고 있다. 여하간 백화난만격이랄 수필문단에 자성의 소리가 없지도 않은데, 경은의 글을 보니 문장이 견실하고, 정신이 건강해서, 자신의 영역의 든든함을 보인다. 수필은 내용은 물론이지만, 그 효율을 높이는 것이 문장이다. 경은은 수필가일뿐 아니라, 방송극본의 작가로서, 그 언어의 기능을 알고 쓰는 사람이다. 말할 것도 없이, 문장에는 인생이 들어가 있어야 하는데, 그 인생은 행복한 것만이 아니다. 그런데 행복만이 있고 고뇌는 남의 몫으로 돌리는 글을 보기도 한다. 그런 행복에 겨운 언어는 사치이며 낭비일 뿐이다. 경은에게는 그런 사치가 없다. 그리고 그 정신은 열병으로 드러난다. 윤모촌(수필가) 길이란 걷기 위해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바람과 숲의 냄새를 맡으며 그 길 위에서 사람도 만나고 쉬는 데에 더 큰 묘미가 있는 것 같다. 군데군데 숨어 있는 선물들을 찾아내는 보물찾기 같은 것 말이다. 길은 살아서 숨쉬며 우리를 부른다. 나는 오늘도 내 인생의 길을 타박타박 걷는다. 내 두 눈이 길 위의 선물들을 발견해 낼 수 있기를 바라면서, 그렇게 걸어간다.-본문중에서-

이경은은 문학청년이었던 함경도 출신의 아버지와 음식솜씨가 좋은 경상도 출신 어머니 사이에서 1956년 첫딸로 태어났다. 태생은 서울이지만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이 두 핏줄은 그의 몸 속에서 강한 기질로 살아남아 삶 전체를 이룬다.
숙명여대 중문과를 졸업하고 입사라는 취업 잡지사기자로 2년간 근무하다가 결혼했다. 1996년 SBS극본공모에 가작으로 당선, 1998년 계간 수필로 등단하여 활동하고 있다.
선비같은 남편과 학교에서 힙합가수로 불리는 고등학생 큰아들, 백만불짜리 웃음을 가진 중학생 아들과 함께 한 가족을 이루어 살면서, 현재 라디오 드라마 KBS 무대 를 쓰고 있다.

추천의 말 / 윤모촌작가의 말Ⅰ. 흐르는 것이 세월뿐이랴 열병 이방인 두 번의 장례식 안개 속의 풍경 라디오 속의 세상 그 모든 일들이 그 곳에서 일어났다 보고 싶은 사람들 아침의 소리Ⅱ. 땅의 저편에는 무엇이 있을까 땅의 저편 황산으로 가는 계단 한 여름 날의 환상 목탁새가 둥지를 튼 까닭은 메밀꽃 피는 마을 고인돌의 숨소리 아름다움이 남아 있는 자리 청계사 가는 길 숲 Ⅲ. 내가 서있는 이 세상은 '모임'의 미필적 고의에 대하여 벽 두 개의 수레바퀴 휴지족 땅 한 평이라도 정들면 고향이지 매미 길 산책Ⅳ. 가족이라는 인연으로 우리는 한 팀 너의 두 어깨 위에도 내겐 너무 아름다운 어머니 만남 애완동물 목장집 부부 응급실에서 하룻밤 얼굴 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