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남은 그의 인간적 체험을 소설적 구도의 필수적 수단으로도 활용하지 않을 뿐더러, 나아가 소설 작법상의 임의적 일관성으로 상용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그 무궁무진한 체험을 정수남은 소설적 실용이 아닌 예술적 요인으로 끈덕지게 물고 늘어진다. 유식한 말로 풀면 '독자의 편견과 감상적 취미의 협소함을 전신으로 거부하는 문학'이라고 할 수 있다.「紛失시대·1」은 분단문제를 측면에서 다룬 주목할 작품이다. 작가는 이 작품에서 월남 제1세대인 아버지와 제2세대인 아들들의 갈등을 통해서 통일 문제를 짐짓 젖혀두고자 하는 분단체제의 사회심리에 대해 경종을 울리고 있다.작가는 「他姓의 새」에서 6·25가 낳은 한 비극적 여인과 그의 아들의 기구한 삶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이상의 것을 말하고 있다. 비정한 역사의 발톱은 삼십여 년 전 이 땅의 삶을 할퀴었지만, 그 상처는 가장 무서운 형태로 아직도 우리들의 의식 속에서 피를 흘리고 있는 것이다. 이 소설은 우리의 의식 속에서 숨은 형태로 남아 있는 6·25의 상처를 드러내 보였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달의 얼굴」은 자신의 혈육을 갖지 못한 한 여인의 고독과 핏줄을 초월한 살신적 애정을 그린 작품이다. 작가는 석녀의 양아들에 대한 절대적인 사람을, 주인공의 어머니와 대비시킴으로써 대위적 효과를 거두고 있다. 실로 자신의 고독을 극복하기 위하여 애정의 물기조차 남기지 않고 완전히 쏟은 후 빈 몸으로 이승을 뜨는 여인의 모습을 이 작품은 짜임새 있게 보여주고 있다.작가는 작품 속에서 보여준 분단의 현실과 상처를 극복하기 위한 희망을 작가 후기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나의 희망이란, 내 고향 평양 보통강 가에서 분단의 슬픔이 아닌 화합의 소설을 오직 한편이라도 쓰고 싶다는 것이다. 고구려인의 후예답게 단단하면서도 중후한 소설. 아, 그때가 정말 언제쯤 돌아올까?'

용산 중 고등학교, 국학대학 국문과 졸업.
1984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소설부문에 「접목」당선.
제2회 자유문학상 신인상 수상.

작품집으로 『분실시대』『타성의 새』『별은 한낮에 보이지 않는다』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