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저녁 현실 같은 꿈속에서 그를 봤다. 어김없이 그는 그렇게 내게로 다가온다. 꿈으로부터 오는 사람. 그는 멀리서부터 내게로 오는 산이다.나는 베란다의 문을 열어 젖힌다. 바깥의 꽁꽁 얼어있던 대기가 거실의 커튼 안으로 파고 들어와 커튼의 안주름을 부풀리면서 몸을 풀어낸다. 커튼의 주름이 일제히 흔들거린다. 나는 바닥에서 마지못해 일어나 다시 베란다의 바깥창문을 닫는다. 무심코 거실 안으로 들어온 내 눈에 보인 것은 천장의 빈틈을 희미하게 메우고 있는 거미줄이다. 그것은 휘청한 채로 늘어져 있었다. 안주인이 없는 표식인가. 그것은 에어컨과 천장 쪽 모서리에 이미 자리를 잡은 모양이다. 모든 것이 이처럼 아내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하다못해 바깥의 빨래 건조대까지도.

서울대학교 산업미술학과 졸업한국 출판미술가협회 회원이며 프리랜스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