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질화한 일상의 표피를 뚫고 삶의 속살을 만져 볼 수 있기를 갈구한다!작가가 체감한 삶의 특성은 '반복'이다. 이러한 반복 작업은 '시지프스'라는 신화 속의 인간을 바탕으로 엮어진다. 반복적으로 바위를 굴려 올리는 행위는 죽지 않는 한 꿈꾸기와 절망 사이를 끊임없이 오가야 하는 인간의 삶을 나타낸다. 작품 속의 인물들은 희망을 완성시킬 수 없는 삶을 되풀이한다는 점에서 공통적이다.'사랑한다'는 말대신 '아내없인.. 살 수 없어요'라고 밖에는 표현하지 않는 남편의 습관적인 사랑과 무신경. 어느 날 남편으로부터 자신이 싫어하는 색상의 스카프를 선물 받고는 결국 남편에게서,7년이나 같이 살고도 자신에 대해서 그렇게나 무지한 남편의 무관심에게서 벗어나 프랑스 파리로 날아간 여자의 이야기.여덟 살 연하의 사내와 '지진과도 같고 폭풍과도 같은 사랑에 빠져' 남편으로부터 이혼당한 뒤 그 남자를 사위로 맞아들이게 된 '물 속 페르시아 고양이'의 주인공, 상처 입은 남자들을 온몸으로 감싸 안는 '나무남자의 아내'의 논다니 출신 여자, 허영으로 시작한 시골 살이를 본격적인 농사로 바꾸는 '도라지꽃 누님'의 주인공, 단 한 번 마주쳤던 여자를 다시 만나고자 모든 것을 버린 채 포장마차를 차린 '애수의 소야극'의 오십대 사내 등 진부하고 틀에 박힌 일상이 아닌, 더 강하고 본질적인 무언가가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한다.기존의 가치관에 눌려 살지만 관습적인 것에서 탈피하기를 원하는 사람들. 쳇바퀴 돌듯 반복되는 삶의 지루함에서 벗어나고 싶은 현대인에게 작가는 소설 속에서 탈출의 통로를 제공한다. 언제 이루어질지 모르는 희망을 향해 묵묵히 일상을 반복하는 사람들을 통해 자신의 삶을 성찰하는 것이다. 저자는 독자들이 그 과정을 통해 점점 가라앉는 자신의 삶에 보다 나은 의미를 부여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1957년 경기도 강화 출생. 1987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단편「마디」가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하였다. 소설집에『노을은 다시 뜨는가』(1990),『확성기가 있었고 저격병이 있었다』(1993),『깡통따개가 없는 마을』(1995),『그녀의 야윈 뺨』(소설선집, 1996),『꿈에 기대어』(짧은 소설, 1997),『도라지꽃 누님』(1999) 등이, 장편소설에『늪을 건너는 법』(1991),『슬픈 바다』(1991),『전장의 겨울』(전2권, 1992),『추억되는 것의 아름다움 혹은 슬픔』(1992),『낯선 여름』(1994),『라디오 라디오』(1995),『비밀의 문』(전2권, 1996),『남자의 서쪽』(1997),『내 목련 한 그루』(1997),『오남리 이야기』(연작소설, 1998),『악당 임꺽정』(전2권, 2000),『정별(情別)』(전자책, 2000) 등이 있으며, 산문집에『인생은 지나간다』(2000)가 있다. 1994년 단편『깡통따개가 없는 마을』로 제27회 한국일보문학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