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틀린 인연과 재회하다 사랑 받기를 원했다. 그래서 사랑을 하였다. 그러나 내가 사랑하는 이들은 모두 나를 버렸고, 나를 지켜주겠다 말한 이들은 가벼운 미풍에도 쓰러져 버렸다. 상처, 고통, 배신은 아무리 익숙해져도 아프기만 하다. 버림받을 수밖에 없는 운명을 가진 여인. 아직도 나의 상처는 뜨거운 피를 흘리고 있다. ▶ 잠깐 맛보기 「기태 오빠가 없어졌어요」 「…?」 「할아버지가 어떻게 하신 것 같은데…. 아무리해도 제 힘으로는 찾을 수가 없어요. 어디에서 숨쉬고 있는지 알아봐 주세요」 「내가 왜 기태의 행방을 알아봐 줘야 하는 거야?」 태수의 신경질적인 거친 소리에도 혜린은 똑바른 시선으로 그를 향해 말했다. 어느 것 하나 흐트러지지 않은 혜린의 모습은 어젯밤 처녀를 잃은 여자라고는 전혀 생각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 「내 처음을 가져간 빚 갚음이라고 해두죠」 「하하하…」 태수의 거친 웃음소리에도 혜린은 앙상한 어깨에 힘을 주며 방문을 향해 걸어 나갔다. 혜린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태수는 웃음을 그쳤다. 「거기 서!」 혜린이 방문에 손을 얹은 채 태수를 향해 돌아섰다. 무슨 할 말이 더 있느냐는 듯 창백한 이마를 살며시 찡그리고 있었다. 어떻게 보면 귀찮음이 묻어나는 듯도 했다. 「너 처음인데 말이야. 임신은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거 맞아?」 물론 이처럼 무턱대고 말할 생각은 아니었다. 그러나 귀찮아하는 그녀의 얼굴을 보는 순간 말이 이성보다 빨리 나왔다. 「임신에 대한 걱정은 없어도 되는 거냐고?」 「아직 누구도 미리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만약에, 만약에 그런 일이 있다하더라도 제 문제를 김태수 씨와 나누지는 않을 테니 걱정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