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로 간 연인 디 앤 캐렌브록의 주가는 바닥까지 떨어졌다. 그녀의 약혼자는 그녀를 결혼식 계단 앞에서 버렸고, 배짱 좋게도 그는 자신과 전부인의 결혼식에 그녀를 초대한다. 여기서 더 나빠질 수도 있을까? 하지만 그건 디 앤의 악몽의 서막에 불과했다. 그 다음날 아침잠에서 깨어보니 그녀는 벌거벗은 채로 가장 혐오해 마지않던 줄리언 웨인라이트와 한배 위에서 표류하고 있는 게 아닌가! ▶ 책 속에서 「당신?」 디 앤은 비명을 질렀다. 그녀는 가슴을 베개로 가리며 침대에 누워있던 남자의 얼굴을 공포에 찬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소리 좀 그만 지르시오」남자는 짜증 난 표정으로 팔을 내밀었다.「베개 돌려 주시오」그녀가 가만히 있자 그는 눈을 부릅떴다.「디 앤?」 남자는 표정을 바꾸고 자세를 바로하고 일어나 앉으려 했다. 그는 침대 시트의 상태를 살피더니 대신 팔꿈치로 몸을 지탱했다. 그는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으며 헛기침을 했다.「좋은 아침이오!」 「줄리언 웨인라이트와 함께 침대에 있었다는 걸 알았는데 좋은 아침일 수 있겠어요?」 줄리언은 어깨를 으쓱했다.「어젯밤엔 서로 잘 지냈잖소」 「어젯밤…」기억할 수 있으련만….「어젯밤은 끔찍하게 더럽고 추하고 역겹고 추잡한 실수를 저지른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