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없는 토끼, 늑대의 덫에 걸리다! 여행지에서 만난 성빈과 본의 아니게 하룻밤을 보낸 윤정은 기억에도 없는 첫 경험에 울부짖으며 한국으로 돌아온다. 그런 윤정에게 운명을 느낀 성빈은 그녀를 사로잡을 먹이를 던져 놓고 자신의 우리로 유인하기 시작한다. 늑대의 소굴인지도 모르고 호텔리어의 꿈을 안고 르 샹티로 향하는 윤정. 그러나 그녀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그녀의 꿈이 아닌 그 날 밤의 악몽 ‘김성빈’ 바로 그 나쁜 놈이었다! ▶ 잠깐 맛보기 「어, 어떻게…」 유리문 너머 저 편에 그 남자가, 세부에서의 그 남자가 그림처럼, 우연처럼 서 있었다.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슬슬 뒷걸음질치다 의자에 털썩 주저앉아 버렸다. ‘어떻게 여기에, 정말 그 남자가 맞는 거야?’ 넓은 서울 하늘 아래, 평생 마주치지 않고 살 수 있었을 텐데 어째서 다시 마주친 건지. 도무지 믿을 수 없었다. 그 날 아침, 호텔 방을 나오면서 다시 만난다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이를 갈았건만, 그와 다시 마주친 지금은 경고도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그는 한 달 전에 비해 약간 야윈 얼굴만 뺀다면 변한 게 없었다. 오히려 얼굴 가득 미소를 머금은 채 성큼성큼 걸어오는 모습이, 분했지만 너무도 멋지게만 보였다. 「윤정 씨, 오랜만이에요. 그 동안 어떻게 지냈어요?」 시원스런 미소만큼이나 그의 행동이 무척이나 자연스러웠다. 마치 익숙한 이를 오랜만에 만난 것처럼, 스스럼없이 인사를 건네는 모습이 너무도 정겨웠다. 「왜요, 윤정 씨? 나 안 반가워요? 에이, 갑자기 만나서 놀랐구나? 놀라서 말 못하는 거 맞죠? 그럼, 그만큼 내가 보고 싶었다고 믿어도 돼요?」 윤정의 눈앞에서 그의 손이 위아래로 움직였다. 마치 세부의 칵테일 바로 되돌아 간 듯한 기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