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꿉친구에서 원수로, 원수에서 연인으로…? 15년 전, 소꿉친구인 그 녀석과 나는 결혼을 약속했다. 5년 전, 친구들 앞에서 그 녀석 때문에 난 개망신을 당했고, 고등학교 3년 내내 왕따가 되었다. 현재, 그 녀석은 아시아 여성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한류 스타가 되었고, 나는…… 그 녀석의 안티가 되었다! 네가 아무리 완소남의 탈을 쓰고 있어도, 난 절대로 속지 않아! ▶ 잠깐 맛보기 「난 있잖아, 나는…. 네가 정말 싫어. 진짜로」 느릿느릿한 음성으로 비수를 꽂는 태도와는 달리 자꾸 자신의 품으로 파고드는 이현의 행동에 적잖은 당황을 느끼기도 전에 둘의 눈이 허공에서 부딪쳤다. 반쯤 풀린 이현의 눈이 풍성한 속눈썹과 함께 느리게 깜빡였다. 「네가 날 왜 이다지도 싫어하는지는 아직 모르겠는데, 영문도 모르고 미움만 받고 있는 나, 조금 불쌍하지 않냐?」 술에 취해 고꾸라진 그녀가 새근새근 숨소리를 내며 잠에 곯아 떨어졌다. 그런 그녀의 숨소리를 들으며, 미처 옛 기억을 떠올리기도 전에 재온의 몸이 먼저 반응해 버렸다. 아랫입술에 스며드는 그녀의 입술. 한 번 입술을 맞대고 떼어 냈더니 헤벌쭉 벌어진 그녀가 뭣도 모르고 배시시 웃어 댔다. 「마음이 더 커지면 그 땐 어떡하지? 넌 그대로인데, 나 혼자서 자꾸 이러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잠시 떨어진 입술과 입술 사이가 안타까운 모양인지 결국엔 또다시 재온이 이현의 턱을 쥐었다. 그리곤 오로지 자신만을 향하게 한 채로 그대로 키스 세례를 퍼붓기 시작했다. 그러나 정작 함께 키스를 했던 상대방은 눈도 제대로 못 뜬 채로 그저 웃고만 있을 뿐이었다. 「정말… 미치겠군」 인상을 찌푸리던 재온이 다시 천천히 그녀의 입술을 빨아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