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날 한때에는 누구라도 그러하듯 어찌하여 태어났으며 무엇 때문에 사는 것인지 몰라 마음이 집을 나가 들판을 헤집고 다니다가 손에 잡힌 해답 하나 없이 빈 몸으로 돌아오곤 하였습니다. 결국 늘상 하던 짓을 되풀이하는 안일이 지루하여 짜증을 내기도 했지만 흐르는 세월 따라 조금씩 철이 들어가며 그와 같은 호사스런 교만을 벗기 시작하였습니다. 이젠 그런 거 몰라도 좋습니다. 맑은 바람이 머무는 이곳, 물과 산이 만나는 산자락에서 어깨 비비며 살아가는 작은 고마리들의 웃음소리랑 한 줌 햇살을 섞어 정(情)이란 구슬들을 꿰어봅니다. 혹시 바람이 나들이 가는 날, 그 구슬 하나 쥐어주며 손 흔들어 배웅할 것입니다. 다른 사랑도 데려오라고……. -책 머리에 中-

김종숙(필명 佳園) 서울. 혜화, 숙명여중:고, 서울 교육대학, 경원대학교 교육대학원(영어교육 전공). 29년간 서울 초등교사 재직. 2004 좋은문학 신인상 등단. 2005 수필문학 추천완료 등단. 2007 한국수필가상 수상. 한국문인협회 회원. 좋은문학 작가회 이사. 양평문협 이사. 수필사랑 양평 회장. 청진수필 부회장. 저서(공저): 아리수 강가에서 1, 2. 녹차 밭에 머무는 향기, 그리운 것은 그리운 대로, 언제나 그 자리에, 등 동인지 다수.

<차례> 책머리에 김종숙 3 1부, 꿈 전원의 아침 9 발칙한 사기꾼 13 다국적 스쿨버스 18 떠나고 싶다 22 In Person(인 퍼어슨) 26 자원봉사 30 특별한 시작, 또 하나의 3월 33 포물선의 끝점을 바라보며 36 사람살이 40 베로니카여, 당당하라! 45 두 얼굴 49 여자는 여자 53 숭례문 화재 57 2부, 사랑 흙 묻은 구두 63 오월의 어느 새벽 67 낡은 카세트테이프 71 쑥국을 끓여줘야지 74 어머님 간호당번 날 78 거울에 비친 세월 81 감동 팔아먹기 84 다정한 H님에게 88 빈자리 91 긴 생애 짧은 배웅 94 우리들의 사랑은 100 거짓말 104 한 순간 타오르기 위해 인생은 존재한다 109 전도연의 밀양 112 3부, 연(緣) 모시이불 119 가족 125 결혼 129 소리에 올인한 사람 박범훈을 만나고 133 제자리에 섯!(꽁트) 137 세 살 버릇 142 한 밤의 전쟁터 146 저 기차 좀 잡아주세요 150 한 남자 155 가짜 주책 159 선(線) 163 여자는 왜 남자보다 오래 살까 167 현대판 노예를 생각함 171 다락방 177 4부, 작은 생명들과 함께 우편함 속 새 둥지 182 암탉의 비애 186 백로들의 소풍날 189 앵무새의 사랑 192 새내기 부부 195 개미들의 피난길 198 비 개인 오후 201 꼬마엄마에게 204 아기 삼형제 207 짝을 잃음 210 들어가기 싫어요 214 언제나 그 자리에(수박풀) 218 발문 한국수필가상 심사평 222 ‘바람의 방향을 묻다’를 읽고 223 VERONICA 224 유쾌, 상쾌, 통쾌한 삶의 보고서 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