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게 있더라 / 사람에겐 / 알릴래야 알릴 수 없는 것 하나 / 어쩌면 저 홀로 품고 갈 수밖에 없는, / 그런 게 있더라 // 길바닥에 껌자국은 / 세월 가면 닳아지던데 / 밟아도 밟혀도 없이지지 않는 / 그런 게 있더라 // 한때는 알리려 해 보았어도 / 새장 안에 새처럼 / 이 세상에 갇히어 / 두고두고 품고 가야?? 하는 / 한 목숨자락 끝까지 말 못하는 / 오, 그런 게 있더라 / 일생을 그림자 지는. (본문 中에서 '부치지 못한 비밀')

이동녘 이동녘 시인은 경남 함양 안의에서 나고 자랐다. 일제 시대 서정주, 정지용 등과 활동했던 외조부의 시인 기질을 물려받은 그는 목회를 희망하던 가난한 신학생 무렵, 교통사고의 오랜 후유증을 앓고 있던 지금의 아내를 만나 결혼, 천막교회 전도사와 구세군 사관으로 목회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오방떡 장사, 문방구 주인, 청원경찰 등의 일을 하였고, 지금은 성남에서 평상복을 입은 목사이자 시인 이발사로 섬기고 있다. 20여 년 인생의 가장 낮은 곳에서 가난의 화려한 빛을 보아온 그는 1989년 『실천문학』에 시 “가족” “할머니의 머리카락”등으로 등단하였고, 몸소 겪어온 가난과 이웃의 삶이 담긴 시집 『날개 없어도 당신은 내 하늘에 가득 날아오르는데』(1992), 『비익조』(1997), 『휘어진 십자가』(2000) 등을 출간하였다. 이밖에 그의 결혼생활과 시에 대한 이야기를 아내 이영숙과 같이 엮은 에세이집 『나는 이상한 사람과 결혼하였다』가 있다.

추천사 / 김규동 ·005 1 화려한 가난의 빛 2 그대의 눈물 속에 엘리사가 서 있다 3 도림리에서 4 시인 예수 해설: 종교와 노동, 가난의 삼중주 / 공광규 ·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