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을 잡고 나무 속으로 들어가 본다. 그가 만들어낸 이끼를 들고 환한 길 따라가다 미처 머물지 못한 길, 오랫동안 나는 깜깜하다. 눈물 참아내듯 젖은 눈 묻어둔 넝쿨들, 어디로 어떻게 방향을 명확하게 틀어내야 할지 감겨진 해를 풀어내며 몸을 비튼다. 폭우에 아린 손끝 부르르 떨며 용트림하던 핏줄, 쏟아지는 햇살 감당하지 못해 나무의 해를 몇 바퀴 돌아내는 사랑잎나무, 꺾긴 깃 어쩌지 못해 차라리 겨드랑이 끼고 살아가는 콩나무, 무릎 사이로 지루한 우기 지나가고, 밀보오딘 문 열기 위해 사철 더위 스스로 달래가며 그물처럼 엉킨 가지 감싸고 있다. 가로질러 건너가고 싶은 길이 어디 사랑잎나무뿐이더냐] 표제작 시 <사랑잎나무> 전문. 시집. 시를 쓰게된 시작은 어머니의 무거운 어깨였고, 그리고 아버지 가슴의 울림이었다는 임희자 시인은 [시와산문]으로 문단에 등단하였다. 50편의 시가 수록된 시집 <사랑잎나무>는 신선한 일상어와 격조 높은 형식으로 진부한 삶과 새로운 삶이라는 등식을 구분 지어주는 한 편, 일상 중에 일어났던 사실을 재구성하고 과거와 현재로부터의 일탈을 꿈꾸고 있다.

1. 평생가는 길 2. 경계를 지우며 3. 시에 대하여 4. 빛의 고리 5. 사랑잎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