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시집 <강물과 함께 꿈 꿀 수 있다면>(1986) 이후 삶과 죽음, 희망과 절망이라는 양극의 세계에 집요하게 천착해온 안혜경의 다섯 번째 시집이다. 그는 양극의 세계를 명암과 숲, 나무, 바람, 밤, 안개, 바다와 같은 자연물들을 객관적인 상관물로 하여 감성적으로 그려왔다. 이 시집에서 역시 돋보이는 부분은 밤과 죽음의 음산한 환상의 세계를 보여주고 있는 2, 3부다. 초기시 「망제가」에서 시작되는 시인의 음산한 환상의 세계는 어떤 공리적인 가치나 관념에 물들지 않은 순수한 시인의 내면의식과 고독한 자아의 내면탐구에 집중되어 있는 독특하고 개성적인 정서와 감성의 결합체다. 이 시집에 실린 해외 여행시들에서 미세하나마 발견되는 죽음의 의식, 혹은 고통을 극복하려는 시인의 의지가 반갑다.

자서 작품해설:고독한 자아의 내면의식과 새로운 생명세계의 만남;심상운 　 1부 우리가 / 느티나무의 이마 / 검은 바람 / 챌튼엄의 아침 … 　 2부 느티나무의 다리를 베고 누워 / 등나무의 노래도 / 느티나무가 기울어져 있다 / 의자에 앉아 울고 있는… 　 3부 너의 눈 속에 밤이 지나간다 / 밤의 문이 열린다 / 밤새도록 너에게 달려간다 / 너의 머리카락 속에서 내가 잠든다 … 　 4부 봄의 말을 기억하지 않는다 / 봄밤에 바다를 만나다 / 봄밤이 부르는 소리 / 황사 바람 속에 바다에 갔다 … 　 5부 7월이 / 여름날의 아침 / 가을 아침 / 가을의 저녁인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