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시집 이후 6년 만에 내놓는 문정영의 두번째 시집. 시인은 생활 주변의 이런저런 일들이나 물상들을 섬세하게 그려내거나 그 세부를 유추함으로써 삶의 이치나 사물의 새로운 의미를 발견해내곤 한다. 즉, 그는 대상의 개괄적인 해석보다는 그 세목들을 일일이 묘사하고 진술하는 가운데 특유의 해석을 넌즛이 제시해주는 것이다. 다음은 그의 표제작 전문이다. 　 낯선 금요일 　 한 쪽 팔이 저리는 이유는 내가 그를 미워하기 때문이다 미워하다 미워하다 어느 사이 피가 돌지 않은 사랑을 한 것이다 그가 어두워지고, 내가 붉어지지 않는 날들은 물관이 잘린 나무의 꽃이 피지 않은 가지와 닮을 뿐이다 聖금요일, 내게 눈설게 다가오는 神의 이름을 불러본다 神은 내게 낯선 금요일이다, 말을 듣지 않는 한 쪽 날개를 부러뜨리고 억지 고해성사를 시키는 그는 사실 미움의 대상이 아니다 유행을 이끄는 누드의 사진, 거기에서 벌거벗고 뛰쳐나오는 이 시대의 얼굴인 것이다 그런데 내가 그를 믿고 피 멈춘 사랑을 하고 있다니, 어제 내가 거울을 보고 한 행위는 무엇이란 말인가

*자서 　 　 제1부 　 밀짚모자 綠 지루함에 대하여 전지 견지낚시 물방울무늬 생긴 날 대나무여자 낯선 금요일 인공어초 콩나물 키우기 폐 자전거를 닦으며 불임 줄무늬 잠옷 나무의 꿈 　 　 제2부 　 오후 하현 소변기 외눈박이 잉어 책 속의 개미 말라리아 증후군 보행일기 수세미 이명 상실 돌집 독 겨울고추 해가 무수히 많은 방정식 꽃사과나무 자전거 보관소를 지나며 　 　 제3부 　 가슴 속에 등불을 켜면 가을강 겨울 화분 경계1 황구 오래된 산 빈집 18번 국도의 풍경 맨드라미 옛 집터에서 상현 모래의 여자 빨래판 같은 남자 나는 그 소리를 거부한다 자전거도둑 　 　 제4부 　 마흔 살 마흔 살2 마흔 살3 마흔 살4 오동나무 물리치료실에서 날 것들 상처에 대하여 마흔 살9 직지사 행 굴렁쇠가 그의 입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항아리2 불혹 잠그고 여는 법 마흔 살 이후 마흔 살 이후2 소우주 　 　 *작품해설·방법론적 관조와 서정의 힘-홍신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