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서혜경은 이승재란 작자와 결혼한 지 1년차 된, 그의 법적 와이프다. 그런데 놀라울 지도 모르겠지만, 남편에겐 ‘첩실’이 따로 있다. 그것도 남자, 그의 이름은 박연준! 우린, 너무나도 기묘한 관계이자 우리들 나름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평온한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승재의 마누라 역은, 그가 박연준과 시도 때도 없이 교감을 나눈다는 명목 하에 행하는 키스라는 행위를 눈감아 줄 비위만 된다면 꽤 할 만하다. 그는 돈 잘 벌어다 주는 남편에, 성실하고 잘생겨서 남들에게 소개시켜 주기에 외향적으로도 전혀 꿇리지 않는데다, 웬만한 부탁은 다 들어주는 자상함까지 챙겨 갖추고 있다. 세간에서는 그걸 웬만한 동성친구 열 명보다 훨씬 낫다는 ‘게이’ 라고 표현하기는 하지만 말이다. 나는 참으로 이상한 ‘연애’를 하고 있는 중인 것이다!

토리에, 소심A형, 다혈질B형, 싸이코 AB형. 원만한 O형의 성격 좋은(?) 피 빼고 모두 갖춘 사람. 책에 파묻혀 사는 것이 평생의 소원이지만 그보다 조금 더 욕심을 부리자면, 글을 좀 더 잘 쓰고 싶다는 바람을 가지고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