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리는 날… 그녀를 사랑하게 되다. 목숨을 담보로 세력을 넓히는 어두운 세계에 몸을 담고 있는 진현에게 감정이라는 것은 사치에 불과했다. 더구나 사랑이라니. 그에게 여자는 그저 자신의 피를 이을 자식을 낳는 기계에 불과한 것이었다. 그러나 사진 속의 한 여자를 본 순간, 그는 자신의 가슴에서 울리는 감정의 공명을 무시할 수 없었다. 그녀를 곁에 두고 싶다. 그녀를 사랑하고 싶다…. 「그, 그만요」가쁜 숨을 몰아쉬던 진아는 정신을 차리고 진현을 밀어내려 애썼다. 「그만 해요. 제발」그의 손이 예민해진 가슴을 움켜쥐자 짜릿한 전율이 등줄기를 꿰뚫고 지나갔다. 「집에 가겠어요」진아는 단호하게 말하며 한 발 뒤로 물러섰다. 「아니. 너는 그럴 수 없어」욕망으로 검게 어두워진 진현의 눈동자가 그녀의 몸을 훑었다. 「무슨… 말이죠?」 「사실을 말하자면… 넌 지금 납치된 거나 다름없다는 소리지. 지금부터 넌 내 포로야」

창 밖을 바라보니 흰 눈이 펄펄 내리고 있습니다. 아니, 이내 그쳐버리네요. 하지만 앞집 지붕 위에 쌓여 있는 소담스러운 하얀 눈이 보입니다. 이런 상황에 한 여름 설정, 그것도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글을 수정을 보자니… 가끔 한숨도 나오고, 머리를 쥐어 싸매면서 고민도 합니다. 혹여, 어떤 분은 〈그럼 하지 말 것이지, 쯧쯧〉이라고 말을 하겠지만 글 쓰는 일을 천직으로 삼는 사람은 글을 쓰지 않으면 살수가 없답니다. 강한 중독성이 있어, 글을 쓰지 않고 몇 일, 몇 달이 지나면 머리 속에서 온갖 구성들이 떠돌아 더 머리가 아프거든요. 지금까지 위에 적은 것은 계절에 맞게 글을 고르지 못하는 이 미련한 작가의 투덜거림이었습니다. 다만, 한 가지 변명을 하자면 〈비가 내리는〉의 주인공들이 계속 절 붙잡고 놓아주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눈을 감아도 떠오르는 두 주인공들의 모습이, 그들의 사랑이 저로 하여금 펄펄 눈 내리는 겨울에 수정을 보도록 만든 것이죠. 읽으시면서 계절이 안 맞아 영 분위기가 안 난다는 생각이 들더라도 넓은 아량으로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모자란 필체로 어렵게 써 내려간 진현과 진아의 사랑을 예쁘게 봐주시기 바랍니다. 항상 여러분께 행운이 함께 하길 빌며…. -눈 내리는 12월에 옌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