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설 : 시에 있어서 고향과 세계의 의미 / 최하림(崔夏林) 해설 시에 있어서 고향과 세계의 의미 살아 있는 것은 작은 승리이다. 살아 있다는 것은 이별과 범죄에도 불구하고 기뻐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그러므로 유형지는 또 하나의 가능한 나라에 대한 증언이 될 것이다. ㅡ 에두아르도 갈레아노

BY 최 하 림(崔夏林) 내가 주정연 시인을 처음 만난 것은 70년대 직초 광화문 네거리에서 였다. 나는 홀로 더위에 겨워 어깨를 늘어뜨리고 걷고 있었는데, 그들은 인도를 메우며 활기차게, 마치 당시대의 박정권처럼 보무도 당당히 걸어오고 있었다. 고향의 선후배 사이인 우리들은 서로 웃으면 인사하였고, 다방으로 들어가 차를 마셨다. 일행 중에는 내가 모르는 청년이 한 명 있었는데, 그는 키가 매우 크고 순량하기 짝없는 얼굴을 하고 있었으며, 더군다나 한 구석 자리에 앉아 내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었다. 내가 고향과 문학의 이야기 끝에, 주비(朱非)라는 사람은 어떤 사람이며 그는 지금 무얼하고 있느냐, 나는 그의 대형 시집을 몇 해 전에 받아 보았는데 감각이 날카로운 데가 있더라고 하니까 송부홍이 “아니, 형님. 주정연을 아직 모르요? 저기 저 키다리가 주비 아니요.”했다. 나는 내가 처음 시집으로써 대했던 주비(朱非), 주정연을 그렇게 해서 만났다. 그와 나 사이에는 그 뒤로 아무 교신 없이 7,8년의 시간들이 흘러갔다. 서로 고통스러운 시간들이었다. ... ... <후략>

전야(前夜) 동란회상(動亂回想) 금빛 갈대 갯가에서 사월(四月)의 새 종달새 머리털 그네 이중섭(李仲燮) 평지선(地平線) 진달래 다시 진달래 임성역에서 개항시첩(開港詩帖) 산 일번지 반디 가위 별밭에서 솔 산길에서 압해도에서 고금소총(古今笑叢) 노루의 잠 눈꽃은 한련 게으름뱅이의 변(辨) 미류나무 미류나무 싸늘한 이마 내장산기행(內藏山紀行) 토란잎 너희 때로는 소요정(逍遙亭) 갓바위 안개비 봉분(封墳) 꽃샘바람 빛 봄풀은 푸르고 봄눈 속에서 사월(四月)의 고샅길 굴하나 있었네 반(反) 유사고독(類似孤獨) 새는 이마 위에 똥을 떨어뜨리고 반신(半身) 취주락(吹奏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