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산문> 삶은 어느 시대나 다 그렇듯이 일종의 불완전명사이다. 그 불완전에서 완전으로 회복하고 이끌기 위하여 시는 존재한다고 떠벌린다. 인간정신의 밑바닥에 잠재한 궁극적인 희망을 천착하고자 한다. 그 희망성취 선상에 시인이 존재한다고 보면 어떨까. 시는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그 뜨뜻미지근한 틈새를 비집고 끈질기게 명맥을 유지하는 시의 생명력을 보면 시가 무엇임을 어렴풋하게나마 안다. 시에 그다지 관심을 갖지 않던 일반대중도 때로는 필요에 따라 시를 이용하려 한다. 이를테면 용기를 잃은 사람, 전선에 나가야할 사람에게 희망을 주기 위하여 한 편의 시를 읽거나 노랫말로 등을 떠민다. 그렇게 보면 시는 인간이 바라는 가장 효율적인 약방문이다. 그 약방문의 처방을 찾아 언어감각 측면에 보람을 두는 시인이 있다. 그러지 않는 시인도 있다. 어느 편이 더 의식 있는 시인의 자세인가는 시의 빛깔을 어떻게 보느냐에 달려 있다. 그래서 시가 시인을 낳는다고도 하고 시대가 시인을 낳는다고도 할 수 있다. 전자를 가령 시의 순수성이라면 후자는 시의 사회참여성이라고 하겠다. 그러나 전자든 후자든 시가 사회에 존재하는 한 그 당대사회의 피와 살을 껴입고 그 뼈대로 구축되는 것은 사실이다. 모든 문학행위는 참여에 있다. 하기에 창조라는 일에 몰두하는 기쁨을 갖는다.

-1932년 경남 통영시 출생 -1954년 <신작품>으로 작품활동 -1970년 월간문학 등단절차 거침 -시집 『연안집』 『유작전』 『서신캠프』 『지난 겨울』 『사일구 유 사』 『설사당꽃이 떠나고 있다』 『금정산』 『돌 속에 꽃이 핀다』 『곰팡이를 뜯었다』 -수필집 『허명놀이』 『목재수필』 『연등기행』 외

제1부 식탁 기울어짐에 대하여 단막극 건널목에서 엔지세상 옥타비오 파스를 읽다 르네 마그리트에게 붉은 의자, 검은의자 르네마그리트는 오지않았다 겨울 하늘에 꽃바구니와 계단 고전(古典)읽기 알레고리 그가 코를 곤다 겨울술래 다시 엔지세상 눈발 한낮 조찬(朝餐)모임 제2부 편안했다 하얀장갑 혼굿 해는 저서 저무는데 불확실시대의 자화상 전야(前夜) 어느 비망록 멀리서 천둥이 운다 저녁산책 한 어둠은 다른 어둠에게 태풍 속에서 바이러스 예감 아제아제붕대아제 주문(呪文) 엣날바람 컴퓨터바이러스 바이러스 징을 울리며 제3부 사마리아 의자와 눈 서낭당을 지나며 사과를 깍는다 늦은 저녁 씨드라이브에서 에이드라이브로 내 피리 먼 그대 고샅 1950 새 한 마리 저녁놀에 떴다 구름은 왜저러나 오래된 노래 번지점프 벽 수박 hulahoop 찜질나들이 물새와 의자와 수평선 제4부 달맞이꽃 가을 아침에 아내가 꽃을 이고 온다 우포늪에서 장마 며칠 가을축제 2004년 여름에게 저문 길 안동 간고등어 정형외과에서 서귀포 바다 가을 실루엣 하정(賀正) 백무동계곡을 지나며 웅덩이를 찾아 사과사랑 네안데르탈인 마을에서 구름은 어디서 먼 눈을 파나 시인의 산문 / 시를 위한 모놀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