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만의 새 창작집 『아내가 칼을 들었다』에 실린 작품들은 하나같이 우리의 상식과 관습을 전복하는 엽기적이고 충격적인 사건을 핵심 서사로 하고 있다. 「악마의 원형을 찾아서」의 작중 화자는 자살을 하려다 실패한 인물일 뿐만 아니라 어머니가 호수에 빠져 자살한 사건의 방조자로 나타나며, 「속도에 대하여」에는 노파를 살해한 뒤 시신(屍身)을 곱게 단장한 기이한 살인 사건에 관한 이야기가 등장하고, 「끌려가는 세계」의 화자는 자살한 아내의 허벅지 살점을 삶아 먹거나 어머니를 죽이려 면도칼로 동맥을 자르는 참혹한 행위를 저지르는 것으로 그려진다. 　뿐만 아니라 이 작품집의 표제작인 「아내가 칼을 들었다」는 아내의 은근한 묵인하에 이루어지는 남편의 외도가 반복적으로 서술되고, 다른 작품들에서는 자식들의 물신주의적 행태에 실망하여 수억 원의 현금을 거리에 뿌리고 아들이 죽기를 바라는 아버지나, 스스로 창녀 대접 받기를 원하는 여성이 등장하기도 한다.

악마의 원형을 찾아서 아내가 칼을 들었다 속도에 관하여 이제 아들을 죽일 수 있다 끌려가는 세계 참나무 상자 이상한 여자들 토각(兎角)을 찾아서 팔라니트 돈보따리를 들고 해설 · 살모(殺母) 콤플렉스와 악마주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