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말 제1부 · 그는 집을 짓지 않는다 아름다운 시작 거주지에 대하여 그는 지을 짓지 않는다 새벽일기 넥타이를 풀면서 불꽃놀이 내게로 오는 길 어둠이 안 보일 때까지 거미 꽃 바구니를 받고서 어긋나기 다림질을 하며 짜깁기를 하면서 약속 마지막 약속 수소 풍선 날다 아이리스 한 송이 가슴 깊숙히 달고 생일 케이크 표지판 제2부 · 모감주나무가 있는 풍경 건봉사에서 산사 선운사 1 선운사 2 운주사 미륵와불전 앞에서 비원 ㅡ 영화당에서 경복궁 보신각 앞에서 모감주나무가 있는 풍경 강경 젓갈시장에서 북한강 오동도에서 올림픽 공원 양수리에서 안면도 가는 길 능내의 정약용 생가에서 대관령 안개 춘천에는 공지천 안개가 산다 앵남 간이역에서 겨울 찻집에서 폐광촌 떠나서 보이는 집 안개 마을 그 강물 끝자리 제3부 · 저마다 숨겨 놓은 골짜기에는 관계 공을 날리며 편지 하나 저마다 숨겨 놓은 골짜기에는 가을 선풍기 문 청자 앞에서 비상구 비상구 너머 탁구 소리 ㅡ 차이코프스키로부터 바람과 동행 동행 박제된 말 낮달 쑥국을 끓이며 제4부 · 한랭 전선 태풍주의보 주민증 한랭 전선 단풍의 말 샛별 희미한 등대 바다 섬 바람 바다 노을 목련 철쭉 배꽃 싸리꽃 파꽃 루드베키아 가을비 입춘 봄 눈 봄 그리기 꽃 속의 길 여름, 그 백치같은 가을산 신년하례 하두자의 시 세계 박동규 · 안개, 그 머물지 않는 몸짓과 인간의 삶에 대한 형상 서문 ＂시집을 열며＂ 내가 보이지 않았다. 다가서는 만큼 앞을 내다볼 수 있다는 안개 속, 나는 내 발자욱이 하나, 둘 지워지는 줄도 모르고 자꾸 앞만 보고 걸었다. 나를 부르는 저 푸른 강물 소리에 내 눈과 귀 말끔히 씻고 이제는 뒤돌아보고 싶다. 나는 언제나 내 등 뒤에 서 있었다. 가만히 손 내밀면 잡힐 듯한 거리, 나를 따르는 내가 왠지 무서워 나는 날마다 달음질 친다. 세상은 이미 저만치 멀어져 가고 혼자 남은 ‘나’와 ‘나 아닌 나’ 사이 무심히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바로 시(詩)였다. 1998년 11월 늦가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