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저 곳으로 내려가기 전에 먼 기다림 속에서 잠겨 살다 새벽 아침의 진찰실 걷는 길 태풍 음악 저 곳으로 내려가기 전에 자정의 안테나 산행(山行) 흐린 물에 손을 씻으며 용마(龍馬)의 발자국 - 침묵하는 말 2. 새의 둥지에서 바람 - 젊은 날의 너에게 그림「새들」 달 밝은 병실에서 꽃 항아리 새와 나무 암호 보리베기 밖에서 본 안마당 가을 가을 저녁 새의 둥지에서 빛 바랜 기억의 흰 띠 달은 차가운 숨결에 가슴을 대고 고향 뒷오름 섣달 그믐의 눈보라 3. 찢어지는 돛의 하얀 펄럭임 고향에 이르지 못하고 공사장 근처 별잇내 할머니의 노래 뇌물에 압사하는 그의 아침 지하철에서 바닷가 솔방울 하나 찢어지는 돛의 하얀 펄럭임 고향놀 먼 피리소리 - 쑥대밭에 누워 4. 누군가를 찾는 푸른 눈이 좇아와서 버지니아 울프가 서성거리는 어둠의 빛 끝없이 두 갈래로 갈라지는 길들이 있는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참을 수 없는 존재의 무거움 도버해협의 파도 몽마르뜨르 언덕 누군가를 찾는 푸른 눈이 좇아와서 찢어진 땅울림 새의 죽음 블랙 홀 늙은 어머니의 강물 ■ 시평 : 어두운 세상 화려하게 살아남기 / 송상일 ■ 시집을 내면서 : 고영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