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재동 시인의 시는 자연을 배경으로 한 일상적인 삶 속에 코드가 꽂혀 있다. 현대시의 특성이라 할 수 있는 낯설게 하기라든가 뒤집기 또는 모순어법 등의 난해한 기법에 의존하지 않고 순리적인 삶을 그대로 진술하기 때문에 이해하기에 특별한 부담 없이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이는 고도한 이미지 놀음의 묘사에 의존하지 않고 진술에 의존하는 체험적 삶의 고백이라 할 수 있다. 《운암리 시편》에 이은 두 번째 시집이 되지만 1시집에서 보였던 시 세계와 언어들이 그대로 2시집에서도 줄기차게 이어져 전통감각 특히 도시 이미저리가 아닌 농촌 이미저리가 그의 시 세계를 담보하고 있는 셈이다.

시인의 말 [1] 아 이 한 경치 속에 아 이 한 경치 속에 홀로 서서 시골길 지리산 철쭉꽃 백운산에 오르며 눈부신 강변에 꽃은 피고 느티나무 금남로 서정 포구 월출산 흰 손 묵돌 집 억새풀 허수아비 나비 눈 [2] 인동기 인동기 자아 산사의 눈길을 걸으며 옛 사랑의 그림자 순이야 그 곳으로 돌아가야 하리 귀로 비운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헌화사 날이면 날마다 천직 휴지통 귀소성 팽이가 돈다 육십령 고개를 넘으니 나의 이륜 자가용 비법 고독 [3] 빛고을 버들이여 빛고을 버들이여 귀천 별리 불, 불 터널 저승새야 날지 못한 새 망월동 무덤 앞에서 눈물 감꽃아 너는 보았지 낙화 선민이의 눈물 새들의 죽음 만가 풍장 묘비명 [4] 산사의 풍경 산사의 풍경 참새떼 노래 농부 수의는 왜 주머니가 없을까 실감는 여공들 먹돌 사초 바닷가에서 어머니 땅 껍데기 노래 임이여 뻐꾸기 울음소리 어머니 무덤 앞에서 하구 그때 그리운 그 사람들 [5] 춘일 점묘 춘일 점묘 가을 소묘 실명 매미의 울음소리 추억 초생달 달은 예전처럼 밝은데 메밀꽃 본성에 대하여 발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