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은 단순한 대상이 아니고, 우리들 자신이기도 하다. 김현숙 씨의 시를 읽고 있으면 이런 점을 특히 두드러지게 발견하게 된다. 이 시인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자연의 이미지들, 예컨대 강 · 산 · 들 · 바다와 같은 이미지들은 거의 대부분 정신화되고 있는데, 이러한 승화 과정을 더둠어볼 때, 자연의 온갖 빛깔과 형상들은 이 시인의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안에 있는 것, 즉 그의 내부에 살고 있는 것임을 깨닫게 된다.

1 불씨 몇개 사랑법 몸살 강을 따르며 사랑은 소매를 끄는 상사초(相思抄) 오늘은 봄날에 사랑에게 진달래꽃 보며 샘터에서 석공의 노래 해바라기 아래서 봄비 노래 제일(祭日) 2 산과 같아라 산아 지리산에서 살아가며 산이 하는 말 산동네 산소견(山小見) 산과 같아라 물소리 안개 속에 하산(下山)하면서 산은홀로 섬 큰물진 다음의 섬 편지 3 고호를 생각하며 다듬이질 고호 생각 까마귀가 날아오르는 보리밭 고호의 테라스에서 보리나쥬를 떠난 그대 건너뛰기 사진사 거미의 집 내 거주지에 대하여 탈상(脫喪) 어머니 머리를 빗겨드리며 놋그릇과 더불어 기와집 앞을 지나다가 끈 시인의 외딴집 민들레 알리스캉의 가로수 4 사는 법 무릎 꺾기 억새 타령 저녁강 사는 법 옥수동(玉水洞)에서 쑥을 뜯고 아내의 잠 비 일기(日記) 4월 파도 옮겨 심기 무우를 자르다가 친정을 나서며 탱자 울타리 밖에서 자목련 마른 풀의 노래 옹기전에 들러 골목 어귀 김포를 뜨며 □ 김현숙(金賢淑)의 시세계 / 김시태 삶의 뿌리로서의 자연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