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자네 집』이 획득한 가장 큰 성취의 하나는 이야기의 복원이다. 이때의 이야기는 농경공동체를 마지막으로 체험한 세대의 기억에 저장된 이야기인데, 그 이야기는 듣는 세대에 따라 다양한 색깔과 부피를 지닐 터이다. 아침 이슬에 바짓가랑이를 적셔본 이들에게 김용택 시인이 재생하고 있는, 아니, 지금도 그 속에 살고 있는 이야기는, 지금이라도 다 작파하고 달려가고픈 고향의 이야기지만, 이슬에 젖은 바지를 물려받지 못한 도시의 아이들에게 그 이야기는 이제 낯선 전설일 따름이다. 이제 대부분의 아이들은 도회지를 고향으로 삼고 있다. 바로 이 대목에서 김용택 시인이 '기록'한 이야기의 의미는 보다 각별해진다. 　김용택 시인이 들려주는 고향의 이야기는 매우 구체적이다. 그의 시편들은 색필로 그려낸 천연색 정밀화여서, 거기에는 자연과 인간의 생태들이 저마다의 색과 향기, 질감과 형태들을 온전하게 갖추고 있다. 그의 시 속에서 붉은 것은 붉고, 차가운 것은 차고, 어두운 것은 어둡고, 의로운 것은 의롭다.

제1부 첫 눈 애 인 그대 생의 솔숲에서 그 숲에 당신이 왔습니다 그 여자네 집 집을 찾아서 쓰잘데기없는 내 생각 선운사 동백꽃 그 나라 그 그리운 시냇가 사람들은 왜 모를까 제2부 눈 오는 집의 하루 나는 집으로 간다 그 해 그 겨울 그 집 생각이 많은 밤 아름다운 집, 그 집 칠보에 오는 눈 강천산에 갈라네 조그만 오두막집 현이네 어머니는 오지 않았습니다. 세상의 길가 봄옷 입은 산 그림자 제3부 그 강에 가고 싶다 강 끝의 노래 푸른 나무 적막 강산 눈 오는 마을 그랬다지요 짧은 이야기 하 루 가 을 앞산을 보며 농부와 시인 산수국꽃 기화의 사랑 지구의 일 제4부 춥지요 하늘이 파란 날 뿔나무 이 꽃잎들 그리운 사람 얼굴처럼 노 을 나비는 청산 가네 봄 이 별 해 설 / 이문재 후 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