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종권의 시는 담담하다. 그 담담함은 흔히 전통적인 시상에서 비롯되기 때문에 아정한 향취를 지니기도 한다. 명징한 시상이 이 시인의 시세계를 떠받들고 있기에 명징함으로부터 얻어지는 시적인식이나 전망은 간결하고 명료하다.

1. 억새풀이 어둠 속에 소리 몸짓 다대포 모년 모월 모일에 소래 포구 억새 풀이 어둠 속에 들풀 한 잎 그대 무덤에서는 어둠 속에서는 기도하노니 이 땅 어디에 그것 묻고 싶은 말 엽서 나 모르게 웃다가 우리 여기서부터 2. 비가 내린다 우물안 개구리 오뉴월 파리 비가 내린다 반역 시간 귀환 속으로만 가만히 풀뿌리 약속 아카시아 동행 팔십년대 마지막 그녀 단상 파리 어머니의 집 3. 서쪽에서 뜨는 해 월미도의 보름달 호박꽃 통로 거미 바람 사랑은 그녀의 머리칼 우리들의 바다 서쪽에서 뜨는 해 이별 후 끈 관계 양파 껍질 순이 까닭 간격 4. 쉬파리의 골목 금강리 유년기 비인 금강리 가을 금강리 금강리 검둥개 금강리 주근깨 쉬파리 골목 능허대 부여에서 산삼 조선 봉황새 숭의동 일기 인천 아리랑 문학산 봉수대 가끔 아내는 히히 깔깔 ■해설/신화적 상상력의 시 세계 ㅡ 김헌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