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이도의 시세계는 초록의 광채, 향기, 교성이 어우러진 자연의 사원이다. 그는 여기에서 영혼의 순수와 평온을 향유하고 꿈꾼다. 그에게 자연 세계는 시원의 생명의 건강성과 충일감이 구현되는 신생의 영토이다. 그래서 그가 숲과 구름, 짐승이 어우러진 풍경을 노래하는 것은 가장 본원적인 자신의 삶의 정체성의 회복을 갈망하는 의미를 지닌다. 그의 시세계에 등장하는 자연이 일관되게 신성한 비경을 자랑하거나, 준엄한 진리의 음성으로 비속한 현실의 삶을 질타하는 객체적 대상이 아니라, 인간 삶의 가장 원형적인 터전으로 등장하는 주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는 현실세계가 탐욕과 쟁투로 얼룩질수록 더욱 깊이 순연한 자연의 숲을 갈구하고, 더 나아가 스스로 자연의 대상물이 되고자 한다. 그에게 자연 세계는 현실의 비속성과 상대되는 순수의 성채로서 존재한다. 이 순수의 성채가 그의 시적 상상력을 길어올리는 언어의 우물이다.

자서 제1부 회상의 숲 눈물의 의무 음성 분묘 아저씨에게 가을이 온다 기러기 봄편지 회상의 숲 1 회상의 숲 2 회상의 숲 3 회상의 숲 4 회상의 숲 5 오백 년, 흐르고 바뀌어도 금빛 은빛 겨울 소묘 낱말 익사 숲이 어느날 포구 밤 방 수인 모자 황제와 나 발견 삐에로 돌아오지 않는 화살 세례 이후 어느 여름 나절 전날 밤 노엘 수난 이 수난을 육안 제2부 북향 저 울음은 군중 메아리 북향 가을에 오열 칠월에 날아간 새 해빙기 엽서 미로 자유 초부와 비둘기 스파르타의 숲 풍선 못 다한 보답 격전지 낙엽초 해설 : 순수의 성채 / 홍용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