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서(自序) 제1부 바람에게 바람꽃 피는 섬 어제도 바람이더니 들멩이가 되고프다 눈감고 있노라면 바다의 남자 촛대바위 앞에서 산수유를 보며 강물에 젖어드는 빈 가슴에 사흘 건너 바람 철쭉꽃 동산에 서서 바람부는 날 가을 저녁에 밤은 더디 밝아 오고 불꽃처럼 피우고 싶은 나날 용눈이오름에 핀 메밀꽃 푸른 파도 4월을 보내며 가을이 흐르는 언덕 바람의 계절 감자꽃 핀 밤에 가을은 한창인데 눈물 처음 만났을 때 앞마당 바다 그리고 바람에게 폭우가 된 구름 제2부 제주섬을 돌다 보면 파도만 안아도 해녀의 일생(一生) 제주에서는 기억 섬이 되어 섬에 왔더니 엘레지꽃 잊는다는 것은 섬에서 살자 어느 이별 바다를 묻어 둔 섬 여자의 땅에 서서 그 죄값으로 파도의 열정으로 강가에 몰래 절벽 바다의 언어 제3부 제주 바람 단풍·1 단풍·2 님 생각에 이 가을산 아래서 포구에 내리는 비 너는 흙으로 돌아가고 꽃처럼 꽂고 가는 바람 앞에 서서 이 섬에 부는 바람아 들꽃이 되어 물의 물 저 고독 앞에 바람의 감옥 저 바위에 부서지는 파도소리 어머니 눈물은 아니시겠지요 진달래 앞에서 정방폭포 앞에서 가을산 사연처럼 어느 날 아픔 뒤에는 해조의 꿈 여기는 일출봉 겨울산 내가 섬에 간 까닭은 바람부는 날 휘모리 장단 깊은 겨울밤 내 살 속에 파고드는 하얀 언어 □ 해설·윤재웅/시와 모험